힘을 너무 써 딱딱해지면, 몸이 병든다
용의불용력(用意不用力).
인간은 마음의 힘과 몸의 힘을 갖고 있다. 이 둘은 서로 보완하면서 함께 수련되고 강해진다. 그래야 몸과 마음이 조화를 이루면서 진정한 힘을 찾을 수 있다.
용의(用意) 즉 뜻을 쓰고, 불용력(不用力) 즉 힘을 쓰지말라. 이 말은 수련을 하면서 육체적으로 일체의 힘을 주지 않는 것을 뜻한다. 전신의 어디도 긴장하지 말아야 하고, 어떤 곳도 힘을 강제로 주어 몸이 굳게 되거나 기의 흐름을 방해해서는 안된다.
헛심 쓰지말라는 말이 있다. 바로 그런 것에 대한 경계가 태극권의 요결 중 하나, 용의불용력이다.
바람과 물처럼 부드럽고 끊임없이 유장한 동작으로 수련하는 태극권은 뜻을 쓰되 힘을 쓰지 않는 수련이다.
태극권, 유장한 수련으로 심신의 건강 추구
태극권의 수련은 느슨하고 유장하다. 힘이 들어가 툭툭 끊어지는 부분이 있어서는 공력이 쌓이지 않는다. 힘을 주고 싶다면, 그냥 마음에 힘을 주면 된다.
심지어 단전호흡을 한다고 단전에 힘을 주는 것도 아니다. 그저 마음을 단전에 두면 된다. 실제로 힘을 쓰는 순간, 내면에 기가 쌓이는 대신 단단한 복근이 만들어지는 운동이 될 것이다. 힘이 들어가면 강해졌다고 느낄 수도 있고 운동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질 수도 있다. 그러나 태극권 수련의 목표는 강해지는 것이 아니다.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길 수 있는 몸을 갖는 것, 유장함으로 빠름을 이길 수 있는 감각을 갖는 것이다.
도가(道家)의 수련이었던 태극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의 순환이다. 기를 단전에 쌓는 것은 단전에 힘을 주어 벽돌처럼 딱딱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운이 단전에서 뜨거운 물처럼 끓어오르게 만드는 것이다. 굳게 정체되면 병이 될 수 있지만, 뜨거운 수증기는 온몸을 기관차처럼 에너지 넘친 상황을 만들어 준다.
태극권은 마음을 쓰는 운동이다. 일상에서도 마음을 쓰는 방법을 익히고, 마음을 써 상황을 통제하는 훈련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흐름이 중요하다. 기의 흐름, 피의 흐름, 생각의 흐름, 동작의 흐름. 힘을 무리하게 쓰는 순간 자연스러운 흐름이 끊어지고 딱딱해진다. 자연의 흐름, 물의 흐름에서 그 깊은 원리를 배울 수 있다. / Photo by Hendrik Cornelissen on Unsplash
딱딱하게 굳는 것이 만병의 근원… 용의를 기억하자
힘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전문적 직업으로서의 스포츠는 때로 병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태극권의 수련은 혈류와 기류의 원활함을 통해 생기를 얻는다.
세상의 많은 스포츠 선수들이 훈련이나 경기 중 부상을 당하는 것은 흔한 일이고, 심지어 일찍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 직업 수명이 짧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힘을 과도하게 쓰기 때문이다.
일상에서도 마찬가지. 과하게 걱정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관과 미세한 근육에 힘을 쓰는 순간들이 늘어난다. 그래서 문제를 해결하게 되기보다는 더 꼬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인상을 많이 쓰는 사람도 그렇다. 얼굴의 근육이 굳으면서 표정이 고착되고 그것이 곧 그 사람의 성격이 되어 버린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는 사람은 평소 건강하기 어렵다. 거의 대부분의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고, 지속적인 근육통증에 시달리기 십상.
가끔 온몸의 힘을 온전히 빼는 시간을 가져보자.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호흡을 깊고 천천히 하면서 그냥 힘을 다 빼고 축 늘어지는 체험, 중력의 느낌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시간을 가져보자. 상념이 흘러갈 것이다. 그냥 내버려 두자. 서서히 마음이 가라앉으면, 이제 제대로 마음을 쓸 수 있다. 생각의 가닥을 잡고, 온몸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만병의 근원은 딱딱하게 굳는 것. 뜻을 쓰되 힘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그 딱딱함을 이기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