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과 흰 종이가 어우러지는 수묵화처럼, 음과 양이 뒤섞여드는 태극처럼, 강함과 부드러움, 빠름과 조용함이 조화를 이룰 때 진정한 태극궘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강유상제, 강유합일의 경지로 나아가려면
자신이 강함만을 추구하거나, 자신의 몸이 뻣뻣하다면 이제 부드러움을 익혀야 한다. 자신이 유약하기 짝이 없고 그저 뒤로 물러서 만족감을 얻고 있다면, 그것을 보완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우리 몸의 건강을 위해서도 그렇고, 정신의 조화를 위해서도 그렇다.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 있다보면,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몸과 마음이 병들게 되기 십상이다.
강유상제, 즉 강함과 부드러움이 서로 돕는 것은 중요하다. 남성의 몸 안에 여성성이 숨겨져 있고, 여성의 몸 안에 남성성이 숨겨져 있는 자연의 오묘함은 강함과 부드러움을 하나의 몸 안에 갖추고 필요할 때 서로 도우라는 자연의 명령이다. 그것을 우리는 1000년의 신비를 담고 있는 태극권의 원리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태극권을 수련함으로써 강과 유가 서로 도와 필요에 의해 힘을 쓰고, 필요에 의해 부드러움으로 보완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제 우리가 추구하는 바는 강유합일이다. 강함과 부드러움이 어우러져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음과 양이 어우러져 태극이 되어 세상 만물의 모태가 되듯, 강과 유가 우리 몸 속에서 어우러지면 공수의 운용이 자유자재가 된다. 이는 양가 태극권에서 말하는 ‘뜻을 쓰고 힘을 쓰지 않는다’ ‘솜으로 싸맨 쇠몽둥이 같다’는 상태를 이룬 것으로서 곧 종심소욕(從心所欲)의 경지를 말한다. 마음에 하고 싶은 바를 그대로 쫓아 할 수 있게 되는 경지이다.
진정한 건강을 위한다면, 강유합일을 추구해야 한다. 이를 실현해 내기는 쉽지 않지만, 적어도 자신이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고 겸손하게 부족한 것을 채워가는 자세를 갖고 살아가야 한다. 세상이 좀더 나아지려면, 강유합일의 정신을 아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태극권은 그 지혜를 수련하는 좋은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