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단승급심사와 2015년 송년회—- 오 승 은 회원님

2015-12-22

어떤 시험이건, 시험은 사람을 초조하게 만들고, 긴장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험 중, 답을 잘못 섰으면 고칠 수도 있고, 답을 모를 경우, 비슷한 문제의 답을 활용하면 부분 점수라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짧은 저의 생각으로는, 태극권의 경우는 다른 것 같습니다. 극히 짧은 시간 안에 행해지는, 되돌릴 수 없는 동작 하나하나가 바로 답이 되고, 그 동작을 보는 사람은 주관적이지만, 느낌으로 평가가 가능합니다. 태극선 심사를 준비하기 위해 평소와 달리, 첫 동작을 평가자가 위치한 방향(거울 쪽에서 왼쪽으로 90O돌아간 방향)에서 시작하고, 평가자를 향해 끝나야할 마지막 동작이 180O반대 방향으로 끝난 것을 경험한 저는 제 승급심사 차례가 올 때까지 긴장할 수 밖 에 없었습니다.

이번 심사는 저에게 두 번째 심사였습니다. 조촐했던 지난 심사와 달리, 이번 심사는 엄청나게 많아진 심사대상자들, 송년회 참석으로 오신 회원들 그리고, 이에 넓어진 새 도관이 주는 느낌이 더해져 성대했습니다. 특이한 것은, 이번 심사 대상자들 특별히, 승단대상자들이 30-40대와 60-70대, 두 그룹으로 극명하게 갈렸다는 것입니다. 동일한 평가를 동시에 받는, 서로 다른 연령대 분들의 동작 하나하나에 저는 시선을 집중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덕분에, 심사에 대한 부담감도 잠시 잃을 수 있었습니다). 각 연령대 분들의 동작에는 단순히 기량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그 어떤 것들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젊은 그룹으로부터는 유연함과 힘의 강약이 그리고, 노년 그룹으로부터는 진지함과 표현하기 힘든, 진중함이 강하게 전해져 왔습니다. 그 분들의 20-30년이란 연령의 차이는 태극권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계속해서 태극권을 수련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심사 후, 송년회가 이어졌습니다. 지난 송년회에 빈손으로 참석했다가, 무언가 실수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올해 송년회는 다행히, 참석자가 선택한 방법(직접 음식 장만하기, 일정 금액의 회비 납부, 그 외의 다양한 찬조)으로 풍성하게 준비되어 편안히 참석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저와 비슷한 시간대에 수련하는 분들과 짧은 인사만을 나누거나, 휴식시간에 잠깐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하지만, 음식을 함께 나누면 동시에, 마음도 함께 열리는 것 같습니다. 이번 송년회에서 이 분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그 분들을 좀 더 알게 되었습니다. 저의 삶의 영역도 태극권으로 인해 조금 씩 넓어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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