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6.2.
그 날밤 나는 밤새 이런 저런 걱정하느라 뒤척이면서, 다음날 행사에 대하여 전혀 부담없이 편히 주무시고 계실 다른 국내 태극권 동호인분들을 너무나 부러워하며 잠을 청했다.
드디어 6/2일(토) 아침이 밝아 왔다. 일어나자 마자 창가에 나가 날씨를 살펴보았다. 나의 근심스럽고 무거운 마음과는 달리 하늘은 너무나 맑고 푸르렀다. 마치 오늘 개최될 예정인 “한-중 태극권교류대회”를 위해 준비한 날 같았다.
도관에 도착하여 다른 분들과 함께 행사 용품들을 챙겨 12시 20분경에 진선여중에 도착하니 여러 문화센터에서 수련하시는 분들이 벌써 많이 와 계셨다. 얼굴은 낯설었지만 모두가 나처럼 태극권을 너무나 사랑하는 분들이라고 생각하니 반가움과 함께 정겨움까지 느껴졌다.
시간이 어느덧 흘러 1시 15분 쯤, 행사준비도 어느 정도 되었고 중국 손님들도 도착하기 전이라 시범할 종목들을 권범주 관장님과 체육관 한쪽에서 연습 해 보았다. 그런데 그 때 문제가 생겼다. 관장님을 이찬 선생님이라 상상하면서 산수갑식을 한 10수 정도 했을때, 별안간 나의 머리가 온통 하얗게 되면서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 것이었다. 여태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기에 나는 너무나도 당황스러웠다. 갑식과 을식이 뒤섞이고 몸에는 식은 땀이 흐르면서 머리가 멍해졌다. 몇 차례 다시 해보아도 나는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나중에는 권범주 관장님도 걱정하실 정도가 되었다.
시간을 보니 벌써 1시 40분… 중국동호인들이 도착한다는 소리가 들렸고 우리는 체육관 입구에 서서 박수로 환영하며 맞이하였다. 그런데 중국에서 당일 비행기로 출발하신 북경시체육총회 류수성 부주석님의 도착이 다소 지연되어 행사 시작이 2시 30분으로 연기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정말 다행이라 생각하고 그 틈을 이용해서 관장님과 체육관 옆 운동장에서 수 차례 연습을 하여 겨우 순서 정도 까먹지 않을 정도는 되었다. 그 시간 덕분에 어느 정도 감각은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드디어 2시 40분에 대회는 시작되었고 모든 것이 순조롭게 척척 진행되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게도 행사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렇게 걱정하고 불안해 했던 나의 마음이 조금씩 사라졌고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부터인가 교류대회를 즐기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행사에 참석한 모든 분들이 한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그 순간부터 그렇게 되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 된다. 그리고 행사 후반부에 있었던 선생님과의 태극대도, 산수 및 추수시연은 당초의 나의 우려와는 달리 너무나도 편안한 마음으로 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시연 중 내내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격려의 눈빛과 따스한 배려의 마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셨을 뿐 아니라 긴장하고 두려워서 굳어지는 나의 몸과 마음의 움직임을 다 받아 주시고 품어 주셨기 때문이다. 아마도 옆에서 지켜보셨던 분들은 이런 사실을 아시는 분만 아셨으리라 생각한다….~!~
이번 “한-중 태극권교류대회”는 국적과 언어는 달랐을지라도 태극권이라는 공통의 주제로 함께하였고 번갈아 가며 서로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다양한 태극권을 시연하고 이를 서로가 지켜보면서 양국의 참석자들은 누가 뭐라고 말하지 않았어도 서로가 아낌없이 박수와 함께 진심으로 존경의 마음을 표했던 그 시간들은 나에게 너무나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아직까지 이런 말씀을 직접 드리지는 못했지만 이런 소중한 기회를 저에게 주시고 좋은 경험을 쌓게 해주신 이찬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