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회를 다녀와서—한봉예회원님

2008-05-30

저는 집안 살림 신경 쓰는 아이 있는 아줌마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지난 제 생일을 연장하여(?) 자축하는 의미로 행사에 참가하기로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날씨는 여름처럼 무덥고 습도까지 높았지만, 올림픽 대로를 따라 경기도 양평으로 가는 길은 처음엔 뿌옇다가 점점 선명해지며 맑아지고 있었습니다. 차가 밀려 집합시간보다 약간 늦게 목적지인 “쏠비알”에 도착 했는데, 숲속의 공기는 도심지보다 200배나 더 맑다는 얘기가 실감이 날 정도로, 공기도 좋고 풍광도 아주 좋은 곳이었습니다.

소나무가 특히 많아서 냄새가 상큼했던 주변을 심호흡하며 한 바퀴 돌고나니 참가 신청한 회원들이 모두 모여 각자 숙소에 짐을 풀고 수련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야외에서는 처음인 단합대회 겸 수련회에 30여명의 적지 않은 회원들이 참가했는데 첫 머리에는 간단한 회원들 소개와 더불어 이찬 선생님의 또 한 가지 건강비결법인(국홍빈 선생님께 직접 전수 받으신) 행공심법이 소개되었답니다. 참가하신 분들을 위해 특별히 공개하신 것이라 여기에서 열거할 수는 없지만(^^*) 90을 넘기시고도 그렇게 건강하신 국 선생님을 보면 역시 비결은 “비결”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곧이어 시작된 37식 태극권 강의에서는 우리가 평소에 수련하며 습관화 되었던 잘못된 버릇들과 요결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소주천, 대주천을 이루는 호흡도 점검해 보았습니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운동하는 것은 혼자서 하는 것과는 또 다른 묘미를 느끼게 해 주는데, 그런 ‘기운의 교류’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자리였습니다.

또한 중간에 보여주신 이찬 선생님의 태극권 37식 시연은 빼놓을 수 없는 백미였구요. 선생님의 권가 하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자연스레 흘러가면서 겉치레나 군더더기가 없는 담박한, 그래서 진수를 보여주는 움직임인 것 같습니다. -제가 볼 수 있는 만큼의 소견이 되겠지만요-

저녁식사로는 아주 맛있는 돼지고기 바베큐를 먹었는데 거기에는 10년을 넘겨가는 그 집만의 노하우가 들어있다 합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언제나 마음을 설레게 하지만, 같은 취미를 가진 동호인들과의 만남은 마치 형제나 자매 같은 친근감을 느끼게 합니다. 처음 만난 사람과도 나이와 직업을 불문하고 태극권이란 이름 하나로 공통 대화를 할 수 있게 하니까요. 70을 넘기신 분부터 20대까지, 시작하신지 10년을 넘기신 분부터 6개월이 채 되지 않은 분까지 한자리에 앉아 끊임없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곧 그걸 증명해 주는 것이겠지요.

노래방에까지 이어진 열기는 우리의 발랄한 언니들의 재롱으로 고조되었습니다. 어찌나 분위기를 잘 띄워 주시는지 모인 여러 사람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였지요. 이찬 선생님의 “만남”이란 노래가 마지막 곡이 되었는데, 평소에 말씀이 많지 않은 분이지만 회원들과 야외에서의 특별한 만남에 뜻을 부여하고 싶으신 선생님의 의미 있는 선곡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숲 속에서의 차분한 밤을 지내고 다음 날 아침 7시에 다양한 새소리,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냇물이 흐르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배경 음악으로 아침수련이 시작 되었습니다. 먼저 건신12단금부터 시작한 운동은 배고픈 줄도 모르고 이어져 한 시간 반 동안 계속되었고 결국 사범님들의 멋진 시연을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운동이 끝난 뒤에는 운치 있는 카페에 앉아 북어 해장국을 먹었는데, 신선한 공기의 반찬을 더하니 어찌 그리 맛나 던지요!

“쏠비알”에서의 보람찬 시간을 뒤로 하고 짐을 챙겨 근처에 있는 용문산 “사나사”의 ‘느티나무 그늘’을 찾아 산행을 했습니다. 이리저리 숲 속을 좀 헤매긴 했지만 오감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정같이 맑은 물이 흐르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산과 계곡이었답니다.

 

저는 태극권을 시작한 뒤로 확실하게 달라진 것이 있는데, 냄새나 음식 맛에 예민해지고 아름다운 것들(자연이나 예술품 등)을 잘 느끼는 감각기관들이 발달되었다는 것입니다. 가끔씩 이찬 선생님의 맛있는 음식점 방문기를 듣게 되는데, 그건 바로 선생님의 오감이, 강해진 체력만큼이나 발달되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옥천냉면에서 이른 점심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산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건지, “쏠비알” 주인장의 사무실에 있던 책 속의 성철 스님 말씀처럼 ‘산은 산대로 물은 물대로’ 보는 것이 얼마나 담백한 삶인지, 복잡한 도심 속에서 살다가 이렇게 자연과 하나가 되어보는 것이 얼마나 귀중한 시간인지를—

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