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도 운동도 되는 태극권, 환우 치유에 안성맞춤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말이다. 세계철학사의 한 장을 차지하고 있는 노장철학, 그 태두인 노자가 한 말이다. 노장철학의 세계관이 녹아있고, 태극권의 정수를 한마디로 함축한 말이다.
자연은 둥글다
자연과 인공을 구분짓는 많은 것들이 있지만, 자연스러운 것은 모나지 않다. 사람이 깨뜨리거나 인위적으로 만들지 않으면 대체로 자연의 것들은 둥글둥글하다. 물과 바람이 깎으면 그렇게 된다. 물이 만든 세상이 그러하고 물 자체가 그러하다. 각지게 흐르는 강은 없다. 구불구불 흐르는 것이 자연스럽다. 물은 그렇게 흐른다.
우리 몸도 자연의 일부다. 우리몸도 각지지 않았다. 우리 몸도 둥글둥글하다. 바람이 깎은 듯, 물이 어루만진 듯 둥글둥글하다. 우리몸을 각진 틀에 넣어 맞추지 말아야 자연스러운 삶을 살 수 있고, 자연에 순응해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건강의 원리는, 그러므로, 물처럼 모나지 않게 사는 것이다.
물은 부드럽고 유연하다
힘이 빡 들어간 몸은 어딘가 어색하다. 부드럽게 이어지지 않으면 우스꽝스러워진다고 어느 프랑스 철학자는 말했다. 노자가 말한 상선약수, 즉 물과 같은 것이 최고의 선이라는 경지는 힘이 들어가 있지 않고 유연하고 부드럽지만, 끊임없고 빠짐없음으로 인해 모든 것을 어루만질 수 있는 것이다.
유연하고 부드러운 손길이 시간 속에서, 정성 속에서, 많은 것을 이뤄낸다. 오랫동안 흐른 물과 바람이 바위를 깎듯이, 수만년 거센 폭포가 지형을 바꾸듯이. 물처럼 부드럽고 유연하게 살면 안으로 기운이 쌓인다. 쓸데없이 밖으로 표나게 휘둘러대는 생경한 힘이 아니라, 부드러운 힘이다. 그것이 우리몸을 진정으로 강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낭창낭창한 대나무는 부러지지 않는다. 장자의 철학에 등장하는 ‘곡즉왕’이라는 표현도 그렇다.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고 했던가. 각지지 않아야 오래간다. 자신도 오래가고 내 주위의 사람들도 상하지 않는다.
물처럼 부드럽게 상체를 움직이려면 상체의 힘을 빼야한다. 관절을 열어주며 힘을 빼는 태극권의 준비동작 ‘송’을 필자가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이찬태극권도관
암환우가 힘들지 않게 자연 치유력을 키울 수 있는 태극권
태극권은 노장철학을 공부하던 도사들이 수련하는 무술이었다. 그래서 현대인의 딱딱한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데 딱 맞는 운동이다. 태극권의 움직임은 바람과 같고 물과 같다. 하체는 단단히 땅에 뿌리를 박지만, 하체는 실체가 없는 것처럼 힘을 빼고 움직인다. 유연한 동작이 물처럼 끊어지지 않고 흘러간다.
그래서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며, 남녀노소 누구나 해야하는 운동이다. 호신술의 영역도 있는 무술이긴 하지만, 여성들이 다이어트 스트레칭으로 활용할 수 있는 운동이다. 영화에서 흔히 보듯 노인들이 공원에서 춤추듯 하는 운동이지만, 또한 이연걸이 휙휙 날아다니며 싸우는 무술이기도 하다. 나이를 먹어도 할 수 있고, 환자여도 할 수 있다. 큰 도구가 필요하지도, 멋진 장소가 필요하지도 않다.
깊은 호흡, 유연한 움직임, 끊이지 않는 동작, 이 물과 같은 움직임은 요가, 명상, 단전 호흡의 장점들을 모두 갖고 있다. 자연스런 움직임 속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익히기도 쉽다.
암으로 고통받는 환우들, 환자를 돌보느라 심신이 지친 가족들, 노년까지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희망하는 많은 사람들, 그리고 암 같은 질병이 생길까 걱정이 되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에게 말한다.
물처럼 움직여라, 바람처럼 생각해라, 몸이 자연의 일부임을 인식하라. 그것만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