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종이의 집’에서 배우는 ‘고수가 되는 방법’



이찬 대한태극권협회 창립자

2021. 09. 27 by 정리=최윤호 기자

넷플릭스에서 방영중인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다. 몇 장면을 보았더니 얼마 전 재미있게 본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래전부터 할리우드 영화며 일본 만화/드라마에서 종종 등장하는 살인게임과 생존게임의 일종이라 ‘오징어게임’이 새로울 것이 없다고 느꼈다. 영화에 등장하는 게임진행자들의 복장이 ‘종이의 집’ 속 은행강도들의 복장을 연상시킨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종이의 집’을 수시로 떠올리게 되는 요즘이다.

넷플릭스에서 한때 세계1위를 차지하면서 인기를 끈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 공식포스터.
넷플릭스에서 한때 세계1위를 차지하면서 인기를 끈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 공식포스터.


‘종이의 집’, 그 철저한 준비의 힘

넷플릭스에서 가장 재미있게 본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의 내용은 최고의 실력을 갖춘 강도단이 스페인 조폐창과 스페인국립은행을 터는 것이다. 주인공들이 절묘하게 작전을 세워 강도짓을 하는데, 그 과정에 진짜 정의로운 사람은 누구인가, 인간은 극단적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가, 사랑이란 도대체 뭔가 등 깊은 질문을 던진다.

특히 내 관심을 끈 것은 주인공인 교수가 완벽에 가까울만큼 준비하고, 가능한 모든 문제의 해결책을 마련해 놓는 과정이다. 강도 자체를 위해 철저히 준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들이 상대해야 하는 인물에 대한 탐구, 비상상황 대처 요령, 그리고 심지어 부상을 당했을 때 응급수술 방법까지 갖춰놓는다.

그렇게 준비해도 돌발 상황은 생기게 마련. 경찰측의 대응과 인질의 상태, 강도단 내부 갈등 등 방해 요소가 생긴다. 자칫 모든 일이 틀어지려고 할 때 가까스로 찾아내는 해결책. 이 대목에서 ‘진짜 고수’의 능력이 빛을 발하게 된다. 모든 것을 예측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예측 못한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이다.

바람처럼 물처럼… 유연함이 태극권의 원리

태극권 수련의 과정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계획과 공부, 실전적 수련 등이 어우러져야 진짜 고수가 될 수 있다. / 캔서앤서DB
태극권 수련의 과정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계획과 공부, 실전적 수련
등이 어우러져야 진짜 고수가 될 수 있다. / 캔서앤서DB


진짜 고수가 된다는 것

젊은 시절 내가 수련을 할 때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최고의 수련을 하려고 노력했다. 원숭이 권법을 배울 때는 동물원에 가서 원숭이를 하루종일 관찰한 적도 있고, 한 동작을 익히기 위해 며칠씩 집중하다 탈이 난 적도 많다. ‘백일창, 천일도, 만일검’이라는 말이 있다. 창을 익히는데 100일, 도(刀)를 익히는 데 1000일, 검을 익히는데 1만 일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요즘 ‘신문물’인 유튜브를 시작해 출연/촬영/편집/홍보를 직접 하면서 꼼꼼하게 챙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고 있다. 그동안 수련을 하면서 인내심을 발휘해 실력을 쌓고 가르치면서, 또 인내하며 잘 안내하려 해온 평생의 시간이 지금 효과를 발하고 있는 것 같다.

무술이 싸움이라고 간단히 정의한다면, 고수는 싸움의 기술을 배우고 익혀 언제든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 있어야 한다. 상대가 써먹는 동작까지 알고 예측하고 대응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그런데 싸움에는 변수가 많이 생기게 마련. 그러니 돌발상황에서도 본능적으로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침착함과 노련함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게 진짜 고수다.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뭔가 잘 하고 싶은가. 집중해서 수련하고 연구하고 실천해야 한다. 거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해낼 수 있다. 진짜 잘하고 싶다면 기술을 넘어선 ‘마음의 힘’까지 길러야 한다. 그것이 평생 태극권 수련을 하면서 얻은 교훈이고, 드라마 ‘종이의 집’을 통해 다시 확인한 삶의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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