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합대회 후기
같은 아침, 반복 되는 일상, 무심히 지나가는 시간, 반복이지만 반복이 아닌 생활, 일탈… 대강 옷가지들을 넣은 가방을 둘러메고 도관으로 향하는 지하철은 의외로 사람이 그다지 붐비지 않았지만 한 여름 같은 열기에 답답하게 느껴졌다.
단조로운 일상에 가벼운 어긋남을 주고자 단합대회 참가신청을 했다. 사실 주말에 일이 생길까봐 걱정이었던 5월 24일 토요일, 다행히 회사일이 한주 비켜가는 덕에 도관 단합대회를 갈 수 있었다.
도관식구들이 모여들고 예정보다 조금 늦은 시간에 순조롭게 양평으로 출발했다. 도심을 벗어나 차창을 열자 청신한 바람이 휘감는다. 용천리 표지판이 보이자 이내 목적지인 쏠비알이란 곳에 도착했다. 선생님의 평생지기 친구 분께서 운영하는 이곳은 자연속에 세워진 안락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이미 먼저 도착한 팀이 있던 터라 마지막으로 도착한 우리는 짐을 풀고 바로 강습회를 시작했다. 쏠비알에 잘 갖춰진 야외 공간에서 도관식구들의 간단한 자기소개가 있었다. 항상 저녁 늦게 징검다리 놓듯 간간히 들려 수련하는 나의 게으름 탓에 얼굴이 낯선 분도 계셨으나 태극권이란 끈이 있어서인지 그다지 어색하지는 않았다
선생님의 자세한 요결강의와 권가 동작설명, 그리고 누구나 규칙적으로 하면 건강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행공심법도 공개하셨다. 다 같이 운동하는 시간, 도관 식구들과 괘퇴와 추수처럼 함께 하는 재미가 있는 수련도 곁들이고 송신법과 웅경공, 권가로 몸을 풀고 마음을 가라 앉혔다. 주위가 아득해지고 마음이 고요히 내려앉는다.
불행히도 난 태극권엔 별 재주가 없나보다. 선생님과 사범님, 도관식구들이 조언을 해주어도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뿐더러 몸이 따라가질 않는다. 머리는 망각 속에 헤매고 몸은 스스로 배웠던 사실을 매우 낯선 동작으로 만드는 것도 서슴치 않는다.
이런 배움의 속도에 조급증이 살짝 나기도 했었지만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주느니 스스로를 인정해 주기로 했다. 느긋해 하니 마음이 조금 너그러워진다. 천천히 느리게 그러나 나태하지 않게 조금씩, 한 걸음씩 열심히.. 안 사범님 말대로 얇은 종이 한 장, 한 장 쌓아가듯 말이다. 욕심을 낸들 그걸 채울 수나 있을까? 눈앞에 떨어진 것만이라도 열심히 잡아보자. 선생님의 권가시범을 끝으로 첫날 강습을 정리했다.
도관 식구들과 저녁식사 중 이야기가 오간다 태극권이란 끈으로 많은 분들과 이렇게도 인연이 맺어질 수 있나보다. 태극권에 재주는 없을지언정 더 넓게 더 깊이 나의 시야를 넓혀주는 것, 내 마음을 다듬는 것들이 내가 도관을 다니면서 챙기는 또 다른 알음알이다.
밤이 늦도록, 달이 기울도록, 어둠이 깊어가도록 이야기를 풀어냈다.
다음날 아침 태극권으로 아침을 열고, 마음을 열고 이른 아침 깨끗한 공기, 청아한 새소리에 흠뻑 젖어든다. 회장님의 승홀곤, 감사님, 관장님, 사범님들의 잇단 시범을 끝으로 짧은 단합대회의 마침표를 찍었다.
돌아오는 길 아침을 일찍 먹고 용문산 사나사에 들렸다. 일주문을 통과해 유유자적한 걸음새로 푸른 산속에 들어앉은 절간을 총총히 노닐다 내려왔다. 그리고는 유명하다는 옥천냉면집에 들렀다. 사실 태극권 만큼이나 나의 미각은 절대 둔감을 자랑하는 것이어서 ‘맛있다’와 ‘맛없다’를 잘 모른다. 뭐든지 다 맛있으니 나에게 음식평을 물어보는 것은 무리 일게다. 냉면을 뚝딱 해치우고 서울로 향하는 차에 몸을 실었다.
살아가면서 품을 좋은 기억을 또 하나 가지게 되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다음엔 더 많은 분들이 같이 갔으면 하는 바램도 가진다.
언제나 도관 사람들에게 세심하게 신경써주시는 이찬 선생님과 관장님, 사범님들,행사를 위해 애써주신 태극권 협회 최환 회장님, 오세홍, 이영돈 부회장님.. 그리고 운전하시느라 너무나 애써주신 엄병수 부회장님께도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