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버리고 남을 따르면 시너지가 생긴다


이찬 대한태극권협회 창립자

2020. 03. 31 by 정리=최윤호 기자

사기종인(舍己從人)

자기를 버리고 남을 따른다는 말이다.

맹자의 공손축편에 등장하는 말로, 선여인동(善與人同)과 짝을 이루어 있다. 선여인동 사기종인(善與人同 舍己從人). 다른 이들과 함께 선을 행하고, 나를 버리고 남을 따르라. 세상을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한 가르침이다.

맹자는 순임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순임금은 참 훌륭했다. 다른 이들과 함께 선을 행했으며, 자신을 버리고 남을 따랐고, 남에게서 좋은 점을 취하고 선을 행하는 것을 좋아했다(樂取於人以爲善)’라고 말했다.

태극권의 사기종인, 상대방의 힘을 이용하라

태극권의 행동원칙에도 사기종인이 있다. 나를 버리고 남을 따르라. 무술인 태극권에서 나와 남은 적이기도 하지만, 도를 닦으며 수련을 함께하는 동도(동료)이기도 하다. 그래서 맹자가 말한 순임금 같은 태도로 이 글을 이해해도 되지만, 사실은 적을 이기는 방법으로 태극권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나의 힘으로 모든 수련을 하려고 하지 말라는 말이다. 상대의 힘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나의 힘을 버리고, 상대가 힘 쓰는 대로 따라가면서, 혹은 흘려내면서 나의 힘은 아껴두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기와 함께 쏟아내라는 말이다.

힘으로 밀어내려 하면, 자기보다 힘센 사람을 만나면 질 수밖에 없다. 빨리 공격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자기보다 빠른 사람을 만나면 질 수밖에 없다. 상대의 빠름을 읽고, 그 빠름의 움직임을 깨뜨리고, 상대의 힘을 읽고, 그 강함을 흘려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태극권은 무술과 호신인 동시에 심신의 수양이다. 이 원리는 수련과 수양, 모두에 꼭 필요한 원칙이다.

태극권은 상대의 힘을 내 몸안에 받아들여 응축시키고 자신의 기와 대지의 기운을 모두 모아 상대방에게 되돌려 줄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작은 사람도 큰 사람을 들어올릴 수 있고, 힘센 이를 약한 이가 이겨낼 수 있다.태극권은 상대의 힘을 내 몸안에 받아들여 응축시키고 자신의 기와 대지의 기운을 모두 모아 상대방에게 되돌려 줄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작은 사람도 큰 사람을 들어올릴 수 있고, 힘센 이를 약한 이가 이겨낼 수 있다.

 

생활 속의 사기종인, 남의 생각을 일단 들어보자

생활 속에서도 자신만의 주장으로 모든 일을 해결할 수는 없다. 타인과의 조화, 타인이 밀고 들어오면 뒤로 물러날 줄도 알아야 하고, 서로 화해와 협력을 해 시너지 효과를 얻어낼 줄도 알아야 한다.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 축구경기에서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자기가 먼저 지쳐 버린다면, 후반에 맞을 상대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

암(癌)의 경우도 사기종인의 철학은 유효하다. 어떤 방법으로 치료할래? 나는 어떤 논리에 따라 생활할까? 이런 고민들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때 나만의 방법보다는 남과 조화를 이루고, 남의 생각도 끝까지 들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자신에게 맞는 길을 택하면 된다. 그것이 바로 자기의 길을 버리면서 진정한 자신의 살 길을 찾는 방법 아니겠는가.

사기종인. 남이 다 좋은 사람일 리 없다. 무술처럼 적일 수도 있고, 맹자의 경우처럼 선을 행하는 동료일 수도 있다. 일단 내 주장을 멈추고 타인의 소리를 들어보자. 그것이 좋은 주장이면 따르면 되고, 그것이 나쁜 소리면 그를 반면교사 삼아, 나의 길을 찾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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