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22일
저는 이번 2010년 세계태극권대회에 참가하면서 제가 느낀 점과 더불어 여러분께서도 대회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느껴보실 수 있도록 몇 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처음 대회참가를 결심했을 때만해도 어릴 적에 7년 정도 태극권을 했었기 때문에 자만심과 교만함이 조금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회를 준비하면서 제 부족한 점이 보이기 시작했고 세계대회에 참가할 정도의 실력에는 전혀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일단 참가하여 분위기를 익히고 다른 나라 사람들의 실력을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참가를 포기하지 않았고 또 열심히 연습도 하였습니다. 단체전을 연습하면서 나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의 호흡과 움직임을 읽는 법도 배웠고 물론 친분도 많이 쌓았습니다^^ 드디어 대망의 날!! 떨리는 마음으로 대회가 열리는 타이중 체육관으로 향했습니다. 일단 저는 그 규모에 입을 떡 벌리고 말았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대회에 참가하였는데, 1만명 정도가 넘는 인원이었습니다. 이번 대회는 도시가 아닌 좀 외곽에서 개최되어 “먼저 대회보다 적은” 인원이 참가했다는 한 사범님의 얘기를 듣고 왠지 묘한 안도감이 들었던 것도 같습니다ㅎㅎ 첫째 날은 단체전, 둘째 날은 개인전이 진행되었는데 전 개인전보다는 단체전이 훨씬 긴장되었습니다. 개인전은 실수해도 혼자 감당하면 되지만 단체전에서는 내가 실수를 하면 팀 전체에 해를 끼친다는 생각에 입술이 바짝 탔습니다. 게다가 준비해 간 노래를 틀을 수 없게 되면서(다들 아시죠? 도관에서 나오는 묘하게 따라 흥얼거리게 되는 우리 태극권의 타이틀곡ㅎㅎ) 더 긴장 되었습니다. 긴장했던 탓이었는지 우리 팀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아쉽게 메달을 목에 걸진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다음번에는 꼭 메달을 따자는 의욕을 불러 일으켜준 큰 의미가 있는 출전이었습니다.(다들 너무나 수고하셨어요~ 다음번엔 제일 큰 트로피 무조건 우리꺼에요!!) 경기가 끝나고 대회 측에서 열어 준 환영파티에서 맛있는 음식과 재밌는 노래와 춤까지 마음껏 즐겼습니다. 하지만 다음날의 대회 부담감 덕분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잠을 설치고 얼굴이 부은 상태로 개인전을 하기 위해 체육관으로 향했습니다. 여자 개인전은 오후에 있어서 저와 한 사범님은 조금 여유롭게 출발을 했지만 세계태극권연맹 부주석이신 이찬 선생님과 오전에 진행된 남자 개인전에 참가하신 홍 이사님은 일찌감치 대회장에 가셨습니다.
도착해서 남자 37식 개인전 결과를 확인하고 너무 아쉬웠습니다. 세계 대회는 모든 종목마다 요구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그 시간 안에 끝내야 하는데 홍 이사님께서 남은시간을 잠깐 착각하셔서 요구한 시간을 초과하셔 많이 감점이 되셨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도 이처럼 너무 속상하고 아쉬운데 본인께서는 얼마나 속상하실까 라는 생각도 잠시, 다음 경기인 도를 연습하시는 모습을 보고 정말 ‘멋있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드디어 여자 37식 개인전이 시작되었고 같은 조에 한 사범님과 함께 속해 있었는데 제가 5번째, 한 사범님이 7번째 순서였습니다. 제 차례가 왔고 긴장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조금의 실수와 함께 다리의 후들거림과 시선의 불안정이 느껴졌고 무사히 마치기는 하였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아쉬웠던 6분 25초간의 시간이었습니다. 후에 한 사범님의 경기가 시작되었고 역시 안정되고 부드럽게 하시는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깨달았고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가한 대만 분들은 대부분 10년은 기본으로 태극권을 했다는 얘기를 듣고 메달은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여 외국인들 순위를 매겨 메달을 다시 주는데 그 순위에서 한 사범님이 금메달, 제가 동메달을 받았습니다~!(박수 좀 부탁드려요^^) 은메달을 받은 프랑스 분이 와서 말해줬는데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말 그 기쁨이 세배는 됐던 것 같습니다. |
그 이후에 홍 이사님과 한 사범님, 저는 병기(도와 선)경기 또한 최선을 다해 기량을 펼쳤습니다만, 아쉽게 순위권 안에는 들지 못하였습니다.ㅠ_ㅠ
모든 대회가 끝나고 너무나도 홀가분한 마음으로 우리는 생수를 양손 가득 챙겨들고(대만은 정말 물이 굉장히 소중하답니다.ㅎg 경기장에서 무료로 나눠주길래 양껏 받았습니다ㅎ) 호텔로 돌아와 깨끗이 샤워도 하고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었습니다. 개인전에 참가하지 않으셨던 분들은 시내로 관광을 나가셨는데 그 시간까지 돌아오지 않으셔서(우리 빼놓고 굉장히 재밌으셨나봐요..) 우리만 맛있는 음식을 먹었습니다.ㅎㅎ
그리고 늦은 저녁 우린 호텔방에 모여 뒤풀이 겸 메달자랑?ㅎㅎ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2년 뒤 세계태극권 대회에서는 꼭 단체전에서 금상 트로피를 따자고 결의도 다졌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단체전에 대부분 9명이상이 참여했는데 우리나라는 6명(게다가 한분이 사정상 못 오시는 바람에 1명은 당일 경기장에서 빌렸다는..^^)이 참가하여 굉장히 외소해보여 많이 아쉬웠다는 얘기가 가장 많이 나왔습니다. 다음번에는 꼭 우리 도관에서 운동하시는 분들이 많이들 함께 단체전에 참가하여 더 의미 있고 보람되고 즐거운 경기일정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그 다음날 우리는 타이페이로 이동하여 본격적으로 관광을 했습니다. 기륭에 위치한 야류 해상공원에서 다양한 형태의 기암과 자연의 멋스러운 경관을 감탄하며 보았고, 우리나라 온에어라는 드라마에 나와 유명해진 지우펀에서는 다양한 먹을거리와 귀여운 기념품가게들, 쭉 길게 뻗은 계단(드라마에서 이곳에서 찍은 장면덕분에 지우펀이 유명해졌답니다^^)에서 인증샷도 많이 찍었습니다.ㅎㅎ 저녁에는 정자태극권 장문인이신 서억중 선생님께서 저녁식사를 대접해 주셨는데 입맛이 까다로워 대만에서 한 끼 먹기도 너무나 버거웠던 저마져도 너무나 맛있게 먹었던 최고의 음식들과 대만의 대통령인 마잉주 총통의 취임식 기념으로 나온 한정판 고량주까지!! 최고의 저녁이었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서억중 선생님 댁에도 초대를 받아 맛있는 보이차를 마시며 정만청 선생님의 귀한 사진들과 그림들을 보았습니다. 정말 눈과 입이 호강한 저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최고였습니다. 그리고 호텔까지 많은 얘기를 하며 걸었고 너무나 상쾌한 밤거리였습니다.
아침이 밝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 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우리는 정말 보고도 믿기지 않는 작품들이 즐비한 고궁박물관을 관람하였고, 이후 소인국에서는 여러 나라의 풍경과 도라에몽 놀이공원까지!!
너무나 재밌고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눈치 없이 흘러갔고 이제 대만과의 작별을 고해야만 하는 시간까지 다가왔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우리는 공항으로 향했고 한국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다들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더욱더 열심히 연습하고 노력하여 다음번 대회에는 더 좋은 성적을 내보자!’ 라는 생각^^
다음에는 다들 모두 좋은 성과 있으시길 바라요^^ 물론 저 또한,,ㅎㅎㅎ
짧지만은 않은 시간동안 함께 해서 너무너무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