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거림은 좋지 않을 때가 많다. 출렁거림이 활력의 상징일 수도 있지만, 대체로 거의 모든 운동에서 금기사항 비슷하다. 태극권에서도 그러하다. 무슨 동작을 하든, 진중하게 지긋이 느긋하게 천천히 편안하게 움직여야 한다. 항상성은 마음뿐 아니라 몸의 움직임 형태와 속도에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다.

우리 도관에서 한 수련생이 사범에게 수련받는 과정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있다. 그는 성급하게 공격하는 것을 배우고 싶어한다. 그러니 출렁출렁, 제대로 익지 못한다. 충분히 농축될 새 없이 그냥 쏘아내기 급급하다.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천천히 부동심의 동작을 해야 하는 원리는 체득되어야 한다. 말로 아무리 해도,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어느날, 고요함 속에서 발휘되는 힘을 문득 깨닫게 되면, 출렁이지 않는 것, 촐랑대지 않는 것의 힘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혼자 튀면 정만 맞을 뿐이다

세상의 이치가 그렇다. 아무리 강하더라도 혼자의 힘으로 튀어올라서 이룰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세상의 가르침 중에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이 있다. 홀로 튀어올라서는 힘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다른 이들이 싫어하고 그를 억제하려고 뭉치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안그래도 부족한 힘,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마음 급하고, 보복하고 싶은 상태에서 공격적으로 상황에 대응하고 싶다하더라도 찬찬히 자신을 살피며 평상심을 갖고 나서는 것이 더 좋은 일이다. 자신의 힘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고, 다른 이들도 내 편에 설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일일수록 감정의 높낮이, 행동의 출렁거림을 자제해 평정심을 갖고 균등함을 유지하면서 상대를 쳐다봐야 한다. 그럴수록 제대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낼 수 있고, 제대로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고, 상황을 내편으로 만들 수 있다.일희일비하면 긴 대책을 만들 수 없다. 한쪽으로 쏠리고 우르르 몰리면 제대로 된 해법을 만들 수 없다. 대증요법으로 왔다갔다하는 정책들을 우리는 현실 속에서 숱하게 보아왔다. 모두 평정심과 깊은 내공을 쌓지 못한 때문이다.

깊이 호흡하면서 정갈하게 움직이면, 태극권의 수련도 깊어지고, 건강함도 얻을 수 있게 된다. / 캔서앤서DB

같은 높이, 같은 속도로 수련하라

태극권에서도 같은 이치가 작용한다. 그런데, 태극권은 거기에 한 술 더 떠 그러한 평정심이 수련의 방법이 된다. 점점 강해지는 몸과 마음, 점점 깊어지는 기의 흐름을 이뤄가는 것이다.

태극권의 기본이 되는 37식이 있다. 태극권을 배우면 누구나 수련을 해야 하는 동작이다. 37가지 공격과 수비의 동작을 천천히 느긋하게 익히면서 무술의 기본 움직임을 배우면서, 동시에 자신의 호흡과 기운을 정심하게 다듬어 가는 훈련이다.

이때 중요한 것 하나가 속도와 높이의 항상성이다. 처음 시작한 기운을 가라앉히는 동작, 무릎을 구부린 높이에서 그 높이를 계속 유지하는 항상성을 지켜야 하고, 그 속도를 지켜 흐름이 끊어지지 않고 특정부분이 대충 건너뛰게 되는 일 없이 고도의 깊이를 유지해 가야 하는 것이다. 그 수련을 통해 태극권을 잘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태산 같이 강력한 하체를 갖게 되고 강물처럼 유연한 상체를 갖게 된다. 저절로 이뤄지는 단전호흡을 통해 혈류와 호르몬 흐름이 좋아져 골수가 충실해지면서 골다공증도 예방할 수 있다.

아주 기본이 되는 간단한 초식이지만, 그것을 깊이 있게 다듬을 수 있다면 그 수련만으로도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 항상 기억하자. 같은 높이를 유지하자. 그것이 하체를 강하게 만드는 비법이다. 같은 속도를 유지하자. 그것이 흔들림 없는 마음을 갖게 하는 비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