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험이 인생 업그레이드의 계기가 된다
흐르는 강물은 유장하다. 물이 깊고 넓을수록 고요하고, 좁고 얕을수록 소란스럽다. 유장하다고 흐르지 않는 것이 아니고, 시끄럽다고 풍성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도약도 있다. 내려 흐른다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위로 뛰어 오르는 것과는 다르지만… 가파르고 작게 흐르던 물이 낙차 큰 폭포를 이루고 나면, 넓고 깊은 강물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모든 넓고 큰 물은 이렇게 차원이 다른 도약들을 품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것은 인생에서도 그렇다는 느낌이다. 태극권은 유장한 흐름으로 수련하는 운동이다. 마음 급하게 뭔가를 이뤄보고 싶고, 확확 뭔가를 해보고도 싶지만, 그 욕구를 억누르고 천천히 편안히 유장하게 수련해 가다보면 실력이 도약해 있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 때는 빨리 해도 급하지 않고, 힘 없는 듯해도 약하지 않게 된다. 이러한 태극권의 세계는 실제 생활 속에서도 꼭 같이 적용되는 자연의 진리 같은 것 아닐까.
태극권 승단 심사는 자신의 실력은 물론이고, 인생의 태도와 삶의 깊이가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기회다. / 이찬태극권도관
지속적인 수련과 집중적인 심사가 태극권 고수의 길
태극권 수련에도 변곡점이 있다. 수준이 달라지는 지점이다.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점수돈오의 경지 같은 것이다. 천천히 수련하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깨달음이 오는 것이다. 그런 순간들을 몇 차례 경험하면 고수의 길이 보이게 된다. 어찌 수련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앞으로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짐작하게 된다.
일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시험이 있다. 무술에서는 대체로 심사라는 말을 쓴다. 승급심사, 승단심사…. 심사도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진지하게 그동안 자신이 수련해온 것을 돌아보면서 총정리하고, 부분부분 잘못된 것을 시정해 나름의 완전한 동작과 실력을 만들어 보는 기회가 심사다.
대충 심사만 통과하면 된다고 하는 사람이라도 거듭되는 연습과 시행착오, 수정의 과정을 거치면서 진지한 마음을 갖게 되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실력 업그레이드를 가져다 준다. 들쭉날쭉 우당탕퉁탕 흘러가는 시냇물이 돌과 부딪히고 구비에서 꺾이면서 한두차례 낙차 큰 폭포를 이루고 나면 큰 강, 도도한 바다에 이르게 되는 것처럼, 평소 실력이 잘 늘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은 이같은 심사에 적극 임해볼 필요가 있다.
작고 거친 물줄기들도 폭포라는 업그레이드의 순간을 만나면 도도하고 유장한 큰 흐름의 강물이 된다. 인생도 태극권 수련도 변곡점이 필요하다. / unsplash
어려운 시험 준비는 삶의 업그레이드 기회다
얼마전 대학수능시험이 있었다. 어렵다고 난리가 났다. 수능을 치를 자녀가 이제는 없다보니 시험 수준에 관심도 없고, 특별히 어렵다 쉽다는 말이 뜻하는 것이 어느 수준인지 알 수도 없다. 그렇지만, 시험이 어렵다는 것만으로 비난을 받을 일인지는 모르겠다. 시험이 어느 정도는 어려워야 변별력이 생기는 것 아니겠는가. 잘하는 사람을 잘한다고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어느 정도의 힘듦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부를 하는 동안의 자기 성장이다. 그 수업내용이 딱 인생에 필요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개인의 성장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딱히 필요하지 않을 듯하던 옛날의 체력검사가 국민 건강의 초석이 될 수 있었던 것처럼.
주입식 교육이, 어려운 수능이, 국영수 수업 위주 교육이 불필요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국영수 수업을 줄이고 민주시민 교육을 강화한다고 말한다. 기본교육의 시간들은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아주 많은 것의 기본이 되고, 도약을 가져다 주는 계단이 될 수 있다. 수련하지 않고 이뤄지는 것은 없다. 그냥 얻은 것은 쉽게 사라지는 법. 사상누각을 경계한 옛 사람의 지혜가 괜히 소중한 것이 아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은 몇몇 엘리트 체육선수의 행사이지만, 그것이 계기가 되어 해당선수나 후보군의 업그레이드 계기가 되고, 건강과 스포츠 저변이 확대되게 된다. 태극권 심사가 그렇듯, 인생의 고비고비마다 생기는 시험과 도전을 두려워하거나 기피해서는 안된다. 삶의 도약이 그런 순간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