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의 야수성에서 배우는 태극권의 힘



이찬 대한태극권협회 창립자

2021. 09. 06 by 정리=최윤호 기자

요즘 개가 화제다. 험한 말을 쓰고 싶지는 않지만, 개판이라는 말들도 많다. 개는 사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야생의 흔적이다. 늑대에서 길들여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 개, 특히 큰 개들에게는 야생이 살아있다.

그중 진돗개의 야생성은 전설처럼 널리 퍼져있다. 사냥개로 길러졌다고 하는 진돗개는 사냥꾼의 사냥개로 사용될 수 없다는 역설성도 갖고 있다. 너무 공격성이 강해 사냥감을 아예 자기가 잡아버리기 때문이란다. 사냥개는 사냥감을 위협하고 공격하되 사냥꾼이 사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진돗개는 스스로 사냥을 끝내버린다는 것이다.

사진 한국진도견협회 홈페이지사진 한국진도견협회 홈페이지


싸움의 본능이 살아있는 진돗개

아주 오래 전 일본 상인들이 한국 호랑이를 잡아 일본으로 배에 싣고 가다가 범의 먹이로 진돗개 세 마리를 우리에 넣어줬다고 한다. 나중에 보니 진돗개들이 호랑이를 죽여버렸다고 한다. 진돗개의 용맹함에 감탄한 일본인들이 진돗개에 관심을 갖게 됐고, 진돗개를 개량해 일본개 아키타견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물론, 아키타견과 진돗개의 유사성 때문에 일본이 조선침략 이론으로 활용했다는 설도 있으니,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

나도 젊은날, 진돗개를 키웠다. 덩치 커다란 우리 진돗개는 평소에는 조용하고 순하고 착하고 똑똑하지만, 화가 나거나 위험을 감지하면 맹수의 본능이 깨어난다.

1980년대말인가, 그 시절에도 개 박람회 같은 것이 있었다. 서로 다른 수많은 개들이 아름다움이나 영리함을 뽐내는 경쟁이다. 거기서 나의 진돗개가 아주 큰 셰퍼드와 우연히 싸움이 붙었다. 자신을 위협하는 셰퍼드를 엉덩이로 툭 치며 중심을 무너뜨린 진돗개는 셰퍼드의 목을 물고는 끈질기게 버텼고, 결국 셰퍼드는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바람처럼 물처럼… 유연함이 태극권의 원리

무술 수련자인 내게 진돗개가 보여준 싸움의 기술은 놀라운 가르침을 주었다. 상대의 중심을 무너뜨리고 집요하게 공격하는 근성, 그리고 실행력. 사람의 친구로 순화되었지만, 진돗개 속에는 맹수의 본능이 또아리 틀고 있었던 것이다.

태극권을 깊이 수련하면 우리 몸속의 감각들이 깨어나게 된다. 눈을 가리고 상대와 대련을 해도 그 움직임을 미리 감지할 수 있어 능히 이길 수 있다. / 이찬태극권도관태극권을 깊이 수련하면 우리 몸속의 감각들이 깨어나게 된다. 눈을 가리고 상대와 대련을 해도 그 움직임을 미리 감지할 수 있어 능히 이길 수 있다. / 이찬태극권도관


내 몸 속의 본능과 자연, 태극권으로 깨우자

우리 인간도 과거에는 짐승처럼 살았다. 200만년의 진화 역사를 품고 있는 한사람 한사람은 살아 있는 화석이나 마찬가지다. 적어도 40~50만년 동안의 변화를 통해 오늘날 인간의 몸 같은 구조를 갖게 됐다. 문화의 역사를 3000년으로 잡아도 정말 짧은 시간이고, 본격적으로 문명화된 100년 정도를 본다면, 우리 몸의 본성, 자연의 본능을 없애기엔 너무나 짧은 순간이다.

돌아 다니고 채집하고 사냥하면서 살아가던 사람들이 앉아서 생활하고 자동차로 이동하게 되었으니, 운동이 필요한 것이다. 몸이 만들어진 대로 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그렇다.

그렇다고 문명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사냥을 하겠다고 돌아다닐 수는 없는 일. 적절한 운동량과 인간의 역사, 심오한 철학, 깊은 호흡과 생각을 담고 있는 태극권은 인간의 본성과 본능, 몸의 기능과 진화의 역사를 조화시킬 수 있는 운동이다.

힘들고 지나치게 다듬는 것을 지양하는 태극권은 자연스러움 속에서 내 몸 속의 잠재력을 깨우는 운동이다. 자연과 순화하듯, 타인과의 순응을 수단으로 한다. 문화와 문명이 본능과 인체와 만나는 지점에 태극권이 있다. 도를 닦던 사람들이 익히던 천년무술 태극권. 우리 몸 속에서 자고 있는 자연의 힘을 깨우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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