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풍물을 소개할 때 노인들이 공원에서 느릿느릿 춤추듯 수련하는 풍경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태극권(太極拳)에 대한 관심이 국내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태극권을 가르치는 단체도 늘고 있으며 사회·문화단체들이 마련하는 강좌에서도 주요 프로그램으로 등장하고 있다.
태극권은 무협영화에서 보듯 하나의 무술이다. 대부분의 무술이 신체를 강하고 빠르게 단련하는 것과 달리 느리고 부드러운 동작을 보인다는게 큰 특징.
약간 우스워보이기도 하지만 오래 수련하면 다른 무술보다 훨씬 수준높은 ‘무공’을 얻는다는 ‘매력’에도 불구하고 그저 쿵후나 18기 같은 무술의 한 종류로 알려져 배우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본고장인 중국과 외교관계가 없어 교류가 어려운 탓에 일본이나 미국보다도 전래가 늦어졌다.
중국이 개방되면서 우슈(武術)라는 이름으로 90년 북경 아시안게임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됐고 93년 수교가 이뤄지면서 단순한 무술만이 아닌 태극권의 진면목이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관심있는 사람들이 본고장에 가서 배우고 국내에 보급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최근 가톨릭의대 의정부성모병원 가정의학교실 김철민 박사팀은 태극권 수련이 폐경 여성의 골다공증 예방과 체력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흥미를 끌었다. 특히 느리고 부드럽게 움직이기 때문에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이라는 것.
효능은 그렇다쳐도 문화센터에서 주부들이 배울만큼 태극권이 우리사회에 널리 퍼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인터넷에도 태극권을 소개하는 사이트가 꽤 등장해 배우기 원하는 사람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태극권은 태극음양(太極陰陽)의 원리에 의해 만들어진 권법이다. 직선운동이 피부와 근육만을 단련시키는데 비해 오장육부와 근골 깊숙한 곳까지 작용하는 나선형의 동작을 근본으로 한다.
흔히 서양인들이 ‘움직이는 선(禪)’(Moving Zen)이라고 부를만큼 정신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탁월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육체적 건강과 함께 정신적 안정을 준다.
또 수련이 깊어지면 ‘작은 것이 큰 것을 이기는’ 우주의 이치를 알게돼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라고도 알려진다.
천진도관의 박수연 사범(여)은 “태극권을 수련하면 들뜬 기운이 아래로 내려와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평온해지며 어린이의 경우 지능발달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최근 TV 출연 등을 통해 알려진 밝은빛 태극도관 중앙본원 진영섭 원장은 ‘어디가서 배우는게 좋으냐’는 질문에 “건강을 위해서라면 일단 수련을 시작하는게 중요하다. 계속 배워가면서 자신의 수준과 목표에 맞는 지도자를 찾아나가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병훈 기자bhkim@dailysports.co.kr
한국일보 2000/0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