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세계태극권대회 참가기

박흥규 이사님  2018. 11. 12

제7회 세계태극권대회(World Cup Tai Chi Chuan Championship)가 10월 27일, 28일 양일간 대만 타이페이시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우리 도관에서는 이찬 선생님 포함 총 9명이 참가하여 37식 단체 및 개인, 태극선, 태극도, 태극검, 정보추수, 활보추수 경기에 출전하였습니다.

나의 목표
나는 이번에도 37식 경기에 참가하였습니다. 개인별 두세 종목 참가할 수 있지만 저는 한가지 종목에 집중하기 위하여 37식 단체 및 개인전에 참가하였습니다.
지난 6회 대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참가이기 때문에 목표는 메달획득에 두었습니다. 아니 메달이 목표였다기 보다는 제가 하는 태극권의 수준을 확인하고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대만의 심판 및 선수들로 부터 인정받는 것이 목표였다라고 하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지난번 대회에 참가하고 확인할 수 있었던 점은 대만선수들의 37식이 이찬선생님으로 부터 배운 37식과 비교해 약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이찬 선생님으로 부터 배우는 37식이 정만청 조사의 37식 원형에 더 부합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고 이를 이번 대회에서 메달 획득을 통해 증명해 보이고 싶었습니다.

준비과정
약 6개월 정도 대회를 위한 준비를 하였습니다. 거의 매일 아침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37식에만 집중한 시간이라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이었습니다. 몸을 움직여 수련한 시간은 하루 서너 시간 정도였지만 체력이 허락하지 않아 쉬어야할 때에도 머리속에는 37식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제가 운영하고 있는 와인매장에 여유공간이 넓어 도관에 나오지 않는 시간에도 수련을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첫번째 과제는 경기제한 시간에 맞추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평소 37식을 8-9분 정도의 시간으로 수련하기 때문에 6-7분이라는 경기 제한시간에 맞추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빠르게 하면 되겠지만 고요함을 잃지 않고 6-7분의 시간을 맞추는 것은 큰 도전이었습니다.
제가 목표로 한 37식권가는 이전 보다 ‘송’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허실분청’과 ‘척추바로세우기’에 주력 했습니다. 평소 허실분청이 잘 되지 않는 동작들을 따로 떼어내서 집중적으로 수련했습니다. 낮에는 매장에서 혼자 수련하고 저녁시간에 도관에 나오면 안용업 사범, 강금강 사범에게 보여줘서 코치를 받고, 최종적으로는 이찬 선생님으로 부터 교정을 받았습니다. 특별히 많은 노력을 기울인 초식은 단편, 진보반란추, 포호귀산, 도련후, 운수, 분각, 전신등각, 우루슬요보 였습니다. 이 동작들에서 ‘허실분청’과 ‘송’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오랜 세월 수도 없이 권가를 해왔는데 6개월 집중적으로 한다고 크게 달라지겠나 생각했는데 실제 해보니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만족스럽지 않던 동작들이 매끄럽게 이루어지는 것이 사소해 보일 수도 있는 일이지만 내게는 큰 변화였고, 언젠가 완벽한 37식을 하고 싶은 꿈에 한발짝 다가가는 보람있는 일이었습니다.

경기
37식 개인전은 경기 둘째날인 28일에 있었습니다. 오전 10시 전후에 순서가 잡혔습니다. 첫째날에는 개회식, 단체전, 응원 등으로 종일 경기장에 있었더니 몸이 많이 피곤하였고 지병인 허리통증 까지 나타났습니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는데 걱정이 되었습니다. 첫날 경기 후 주최측이 외국선수단, 심판, 자원봉사자를 위한 연회를 준비했지만 부득이 컨디션 조절을 위해 연회에 불참하고 허리마사지를 받았습니다. 다행히 허리근육이 풀리면서 통증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경기 당일 일찍 경기장에 도착했습니다. 몸을 풀고 권가를 연습하며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경기장이 안내방송으로 소란하고 응원하는 사람들 까지 많아 주의력이 분산되기 쉬운 분위기였습니다. 지난번 대회에서 경기에 집중하지 못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고 다짐했습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습니다. 다른 두명의 선수들과 경기장에 섰습니다. 앞 테이블에는 주심과 시간체크, 스코어기록, 진행 등 요원들이 자리했고, 경기장 네 귀퉁이에는 심판들이 앉아 있었습다. 주심석 주위로는 대기선수들과 응원하는 분들이 카메라를 들고 서 있었습니다.

드디어 종이 울리고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기세, 우붕, 좌붕, 남작미, 매끄럽게 진행되었습니다. 응원하는 우리 팀 선수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애써 권가에 집중했습니다. 지난 대회 경기에서는 많이 떨리고 긴장해서 실패했는데 이번에는 다행히 크게 떨리지 않았습니다. 단편, 진보반란추, 포호귀산, 도련후, 운수 무리없이 진행되었습니다. 금계독립, 분각에서는 연습한 만큼 무릎이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작은 감점요인이었습니다. 걱정을 많이 한 전신등각도 무난하게 지나갔습니다. 이제는 시간이다. 크게 실수할 부분은 없을 것이다. 시간만 넘기지 말자. 옥녀천사를 끝내고 하세를 시작할 때 6분을 알리는 종이 울렸습니다. 그렇다면 시간도 문제가 없다. 끝까지 집중하자. 전신파련, 만궁사호, 진보반란추, 여봉사폐, 십자수.
앗! 십자수를 하고 수세를 하는데 내가 심판석을 등지고 있었습니다. 순간 ‘도중에 초식을 빼먹었구나’하는 생각이 머리를 때렸습니다. 그렇게 마무리하고 허둥지둥 경기장에서 나왔습니다. 점수 발표를 기다리는데 내가 무슨 실수를 했는지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점수가 발표되었습니다. 네명의 심판 모두 9점 이상의 점수였습니다. 이찬 선생님이 안타까워하셨습니다. 내 마음은 더 안타까웠습니다. 한 순간의 실수로 메달이 날라가다니. 네번의 옥녀천사를 두 번만 하고 두 번의 옥녀천사를 생략해 버린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 도전은 그렇게 허망하게 끝이 났습니다.

결과
나중에 확인해보니 최종점수가 9.172점이었습니다. 9.20이면 메달권이니 실수가 없었다면 당초 목표한 성과를 낼 수 있었는데 안타까웠습니다.
그렇게 낙심하고 경기장 밖에 멍하니 앉아있는데 대만선수 한분이 다가왔습니다. 나이가 나보다 많아 일찍 경기를 끝내셨는데 다른 경기들을 계속 지켜보고 계셨던 모양이었습니다. 그가 짧은 영어로 한마다 건네셨습니다. “Your Tai Chi is very good!” 내가 중국어를 못해 대화를 시도하는데 잘 안되었습니다. 나는 한국에서 왔고 이찬 선생님 지도를 받고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를 척 들어 보이셨습니다. 낙담해 있던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대만분으로 부터 나의 태극권, ‘이찬 선생 스타일 태극권’이 인정을 받은 순간이었습니다.

비록 개최국인 대만선수를 포함한 메달을 따겠다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대만선수를 제외한 국외순위에서는 금메달을 획득했으므로 이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또한 우리 도관에서 수련하는 37식에 대한 자부심을 갖을 수 있어 보람있는 경기였습니다.

소감
2년후 제8회 대회에도 참석할 것인가? 다음 경기에서도 실수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실수하면 또 다시 메달획득에 실패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나는 다음 대회에도 또 참가하려는 생각입니다. 메달이라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준비과정에서 얻는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매일 매일의 수련 과정에서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는 것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평소 꾸준히 수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5개월, 6개월 집중해서 수련함으로써 얻는 것이 크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습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조언을 주신 안용업 사범, 강금강 사범께 감사드립니다.
최고의 선생을 만나는 행운이 있어 평생 수련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시는 이찬 선생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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