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자무적… 분노를 내려놓고 마음의 평화를 얻자


이찬 대한태극권협회 창립자

2022. 07. 22 by 정리=최윤호 기자

“아니, 태극권 고수도 아픕니까?”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이야기 한두번 들어봤을 것이다. 명색이 운동과 건강이 업인 사람이 아프면 다들 놀란 듯 다시 확인한다. 그러니 마음 놓고 앓을 수도 없다. 특히 태극권처럼 무병장수를 지향하는 운동을 하는 사람이니, 더욱 내 몸의 아픔을 내놓고 말할 수 없다.

그렇지만 타고난 것이야 어쩌겠는가. 뭐 운동을 하다가 상했거나, 무슨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 아니라, 허리의 연결부위 어딘가에 원래 문제가 조금 있고, 때때로 아파 가끔 관리를 좀 해야 한다. 최근 그런 일이 있었다.

태극권은 1000년 전통의 무술이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수양의 길이다. 인자무적의 깨우침을 수련을 통해 익힐 수 있는 최고의 운동이다. / 캔서앤서DB태극권은 1000년 전통의 무술이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수양의 길이다. 인자무적의 깨우침을 수련을 통해 익힐 수 있는 최고의 운동이다. / 캔서앤서DB


약해지면 드러나는 우리의 약점 

태극권 홈페이지 개편 작업을 하고 있다. 현대적인 화면과 움직임이 있는 모바일형 홈페이지로 우리 도관, 이찬태극권도관과 대한태극권협회를 알리는 홈페이지다. 그동안 오랫동안 쌓인 정보들을 정리하는 일은 힘든 일. 웹디자이너와 협의하고, 콘텐츠 옮겨주는 역할해줄 분과의 협의, 내가 시간을 들여 정리해야하는 일들에 둘러싸여 운동을 할 시간이 모자란다.

그러다 보니, 허리의 근육이 풀어졌고, 잠재적으로 문제 있는 곳이 통증으로 나타났다. 조용히 치료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는 모두 약점을 갖고 있다. 약한 부분이 있게 마련. 게다가 아무리 무술고수라고 해도 더 강한 사람이 있을 수 있고, 힘을 쓰면 안되는 상황도 있다.

우리의 약점은 우리가 약해졌을 때, 취약해졌을 때 밖으로 노출되고, 더욱 약해지게 된다.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만났을 때 쉽게 걸리고, 치명적인 질병으로 악화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우리는 우리를 강하게 만들려고 노력하지만, 그 강함은 상대적일 수밖에 없고, 아무도 깨뜨릴 수 없는 막강한 존재도 있다. 세월의 흐름, 자연적 문제 같은 것은 어찌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수많은 물줄기들을 모두 포용함으로써 거대한 물을 이루는 바다 같은 마음을 갖는 것이 바로 호연지기, 인자무적의 길이다. / 캔서앤서DB수많은 물줄기들을 모두 포용함으로써 거대한 물을 이루는 바다 같은 마음을 갖는 것이 바로 호연지기, 인자무적의 길이다. / 캔서앤서DB


공인된 ‘무적’의 최고수되는 길? 인자무적!

도관의 수련생 중 특별히 무술로서의 태극권에 집착하는 사람이 있다. 나도 젊은 시절엔 강해지고 싸움을 잘하는 방법에 집중해 무술을 연마한 적이 있다. 지금 내가 그 수련생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인자무적(仁者無敵)’이다. 세상에 모든 적을 이기는 방법은 없지만, 딱 하나 동서고금의 역사를 통해 인정받는 한가지 방법, 그것이 ‘인자무적’이다. 어진 마음을 지닌 사람에게는 적이 없다.

인자무적이라는 말은 유약한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강한 사람, 스스로 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자신을 다잡기 위해 하는 말이다. 세상에 대해 분노하면서 자신의 강함을 수련하려고 애쓰는 우리 수련생을 보면서 안쓰러운 마음을 갖게 된다. 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바로 인자무적이다. 자신의 삶이 황폐해지지 않고 건강하게 강해지는 방법은 인자무적의 가르침을 깨우치는 것이다.

화가 나고 힘든 일이 있어도,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적다. 당당하게 맞서되 어진 마음을 기본으로 갖고 있어야 해법이 보이는 법. 어디에나 나보다 강한 자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무적의 강자가 되는 길은, 인자무적의 지혜를 터득하는 것뿐이다. 무더운 여름날,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이 최고의 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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