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단한 70대 태극권 수련생들…건강 100세도 가능한 이유
며칠전 도관 앞 중화요리집에서 맛있는 점심을 잔뜩 먹었다. 마침내 승단에 성공한 두 수련생이 점심을 사겠다고 거듭 강권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함께 자리했다. 모처럼 수련생과의 식사 자리였다.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억제되고 금지된 것들 때문에 몇사람이 되었든 함께 밥을 먹는 것이 썩 마음 내키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어렵게 마련된 자리니 흔쾌히 먹어야지. 마음을 풀고, 맛있게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눴다. 승단을 축하해 주니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를 표한다. 아름다운 순간이다. ‘천하의 영재를 얻어 그를 가르치니, 군자의 즐거움이 아닌가‘라는 맹자의 가르침을 떠올리기엔 좀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수련생들이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것은 엄청나게 큰 즐거움이다. 가까스로 운영되는 도관 사정을 잠시 잊고 마음이 여유로워졌다.
올봄에 치러진 승단 심사에서 한 수련생이 사범과 함께 태극도 대련을 시연하고 있다. / 캔서앤서DB
세대 초월한 가르침ㆍ배움 가능한 태극권
두 명의 승단자는 말이 수련생이지 70대 중반의 장년들이다. 나보다도 연상일 뿐 아니라, 그들을 지도한 사범은 한참 아래 젊은이다. 그들이 수련하는 것을 보면 태극권이 얼마나 아름다운 운동인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세대간의 대화가 가능한 운동이 태극권이다. 흔히 영화에서 보듯, 백발이 성성한 스승이 젊은 영웅에게 자신의 비급을 전수해 주는 장면도 가능하지만, 젊은 사범이 나이 많은 수련생에게 복잡한 초식을 하나씩 설명하고 시범 보이고, 따라하게 하고는 그것을 평하고, 바로잡아주는 순간들이 누적되는 것이 이들의 수련시간이었다.
어느 정도 수준이 올라간 승단시험이니 아주 쉬운 것일 리 없다. 젊은이들도 기억하고 제대로 시연해 내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그러니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이나 쉬울리 없다. 따라하고 바로잡고, 틀리게 따라하고 또 바로잡고….. 이런 무한 반복의 시간이 승단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연장자인 수련생들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동작을 익히고 제대로 따라하는 것도 어렵지만, 젊은 사범의 이어지는 지적들을 받아들이는 것 또한 쉽지 않았을 터.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더 깊은 배움이 가능했을 것이다.
바람처럼 물처럼… 유연함이 태극권의 원리
이연걸 주연의 영화 ‘의천도룡기’에서 장삼봉 도인이 무술과 의천검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캔서앤서DB
태극권 수련 자체가 삶의 질 확보하는 길
100세 생존은 이제 그다지 큰 소식도 되지 않는 시대가 됐다. 젊을 때나 나이 들어서나 문제는 삶의 질이다. 순간순간 살아가고 있는 바로 지금 현재의 건강상태와 마음가짐이 문제다. 열정적으로 생각하고, 뜨겁게 움직일 수 있는지.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실천해 가고 있는지가 문제이다. 나이가 문제가 아니다.
영화 <의천도룡기>에는 100세를 맞이한 장삼봉 도인이 등장한다. 당시 무림에서 가장 고수이면서 유일하게 모든 무림인에게 존경받은 인물로 등장한다. 태극권의 창시자이며 도교의 깊은 수련자로 심신 모든 면에서 전설적인 인물이다.
몇해전 한국에 온 태극권 장문인 서억중 선생은 그 무렵 93세의 나이로 중국 황산을 등반해 최고령 등반자로 기록되었다고 한다. 건강하게 생활할 뿐 아니라, 정심한 수련생활도 계속하고 있다.
100세를 산다면, 그때에도 건강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번에 승단한 두 수련자들에게서 보듯, 엄청난 실력과 파괴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수련하고 따라하는 것이 자신의 건강을 증진시켜 나날이 나아질 수 있는 수준만 되면 된다. 그냥 하루하루 하는 운동이 건강한 생활의 담보가 되고, 조금씩이라도 발전하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확인하는 수준이면 족하다. 태극권은 그런 운동이다. 태극권 수련은 그런 순간이다. 그게 젊음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