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서 앤서
■이찬의 ‘테라피 타이치’
세계 태극권 수련자들과 2023년을 떠나보내며…
- 기자명 정리= 최윤호 기자
- 승인 2023.12.1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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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 늘 그렇듯이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의 힘에 숙연해질 뿐이다. 세월의 힘에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면서 더 큰 사람으로 성장해 가는 것이 인간이 할 일이다. 100세시대를 향해 빠르게 다가가고 있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아픈 사람 투성이고, 인구절벽을 걱정하는 탄식이 높기만 하다. 전체로서 100살을 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100년 후에는 인구가 얼마나 될지 아득해진다는 것이다.
태극권은 우주의 이치를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깊은 호흡으로 우주의 기운과 합일을 이루고, 자연의 힘을 수용하면서 강력한 심신을 단련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도 공감하고 이해하면서 상대의 움직임과 호흡에 동화되어 간다. 설령 대결을 하더라도 그러하다. 그러니, 건강하게 세월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운동을 통해 배워가는 셈이다.
전염병으로 끊어졌던 해외의 연이 다시 이어지니…
얼마전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세계정자태극권 연합축제가 열렸다. 행사 중 태극권 시범을 보여달라는 요청을 받고 우리 이찬태극권도관의 사범과 함께 다녀왔다. 오랜만에 말레이시아 태극권 관계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운동도 함께 했다. 무엇보다 맛있는 과일과 음식들을 잔뜩 먹고 왔다. 세계의 각지에 흩어져 있지만, 서로 좋은 마음을 갖고 최선을 다해 수련하고, 가끔 이렇게 만나 갈고 닦은 실력을 견주어 보니 즐겁기 그지없다.
그 얼마전에는 대만에서 열린 세계 태극권월드컵에 다녀왔다. 우리 도관의 수련생 몇 명과 함께 갔다. 수련생들은 대회에 출전하고, 나는 대회 부주석으로 참가하고,.. 각지에서 수련하는 태극권 수련생들이 함께 모여 치열하게 경연하는 대회다. 누가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라, 대만이라는 태극권 본산에 모여 운동을 함께 하는 것만으로 행복한 일이다.
그곳에서, 나에게 큰 가르침을 주셨고 현재 세계 정자태극권의 장문인 격인 서억중 선생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선생은 쓰고 있던 아끼는 모자를 씌워 주고 애지중지 갖고 다니던 펜을 주며 “선물을 준비 못했네”라며 나를 감싸 안으셨다. 102세의 스승의 마음에 감동이 밀려왔다.
태극권의 대부, 서억중 선생께서 가셨다
그렇게 얼마전 대만에서 뵙고 온 우리 태극권 문파의 큰 어른이신 서억중 선생이 돌아가셨다. 2023년 12월 7일. 늦은 가을 뵐 때만 해도 조금 수척해지셨을 뿐 102세라는 연세가 무색하게 정정했고, 말씀도 너무나 잘 하셨는데,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이 황망하다.
1922년 태어난 서억중 선생은 태극권계의 태두이며 내가 수련한 정자태극권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서 선생은 정자태극권의 종사인 정만청 선생의 가장 오래되고 총애받던 제자 중 한 분으로 세계 각국에서 명성을 알린 태극권 고수들을 배출하셨다. 나에 대한 선생의 사랑도 주변에서 다 알아줄만큼 각별했다. 10년전쯤 한국에 왔을 때, 선생을 만났던 우리 수련생들도 선생의 자상함과 알뜰함에 탄성을 터뜨렸었다.
서 선생께서는 늘 “태극권을 꾸준히 하는 것은 건강을 조금씩 저축하는 것과 같다. 매일 수련하면 훗날 나이를 먹었을 때 건강을 조금씩 꺼내 살아갈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어려운 것, 복잡한 것, 화려한 것을 쫓지 않고 오직 기본이 되고 담백한 것을 추구하면서 내실을 다져, 90이 넘은 연세에 중국의 험산 황산을 오르는 기염을 토해 주변에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분의 삶, 그 자체가 건강100세의 모범이었다. 그를 본받는 것, 그것이 바로 건강한 삶이다. 2023년과 함께 선생을 떠나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