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 공격하지 마라… 이기고도 망한다



이찬 대한태극권협회 창립자

2021. 06. 21 by 정리=최윤호 기자

싸워서 이기고 싶다. 모두들 그렇다. 진짜 싸움에서도 그렇고, 스포츠의 세계에서도 그렇고, 경제판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층 더 치열한 정치싸움도 있다.

싸움을 이기는 방법에는 3가지가 있다. 첫째는 먼저 공격하는 것이다. 이른바 ‘선방’을 먹이는 것이다. 그러면 기선을 제압해 싸움을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다. 둘째는 그 선방을 무력화하면서 자신의 페이스로 싸움을 하는, 수비의 공격화를 실천하는 것이다. 힘써 공격하면 무너지기 쉽다. 균형이 무너지고, 힘의 축적이 깨진다. 그때를 이용해 상대를 제압하면 자신의 힘에 상대는 꼬꾸라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싸워 이기는 방법은 싸우지 않는 것이다. 도망쳐서 나중을 도모할 수도 있고, 시간을 끌면서 상대를 제풀에 지치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칫 이른바 ‘정신승리’에 그칠 수도 있다.

부드럽고 유연하고 유장하게 움직이는 수련을 하는 것이 태극권 수련의 핵심이다. 그렇게 수련해야 진정 강해지고, 남을 읽을 수 있게 된다. / 캔서앤서DB부드럽고 유연하고 유장하게 움직이는 수련을 하는 것이 태극권 수련의 핵심이다. 그렇게 수련해야 진정 강해지고, 남을 읽을 수 있게 된다. / 캔서앤서DB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기는 태극권

태극권의 승리 방법은 두번째다. 수비의 공격화. 싸움을 이기는 방법은 상대를 때리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용쓰고 있는 상대방을 눙치고, 상대방의 힘을 흘려보내는 것이다.

유연하고 부드러운 움직임과, 온전히 힘을 빼는 ‘송’을 통해서 그것이 가능해진다. 상대방의 움직임과 의도를 듣는 경지인 ‘청경’이 가능해지면, 상대가 아무리 강한 힘으로 공격해 온다고 해도 그것을 흘려보낼 수 있다. 미리 알고 비켜설 수 있고, 작용과 반작용의 원리를 활용해 역공을 할 수 있다.

밀려 들어오는 방향에서 조금 비켜서 그 힘의 뒤에서 살짝 밀어주기만 해도, 상대방은 저 멀리로 날아가 제풀에 쓰러지게 된다. 그것이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제압하는 태극권의 공격법이다. 선공을 양보하되 상대의 선공이 나의 역공을 이루는 터전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해지자면 온전히 힘을 빼고 나의 모든 감각을 그 부드러움의 끝에 둘 줄 알아야 한다. 마치 곤충의 촉수처럼 나 자신의 손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내 손 끝에서 밖으로 뻗어 있는 내 기운으로써 상대의 움직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어찌보면, 그것을 수련하는 것이 바로 태극권 수련의 전부일 수도 있다.

바람처럼 물처럼… 유연함이 태극권의 원리

힘으로 밀어들어오는 상대방은 슬쩍 비켜서기만 해도, 제풀에 균형을 잃고 무너지게 되어 있다. / 캔서앤서DB
힘으로 밀어들어오는 상대방은 슬쩍 비켜서기만 해도, 제풀에 균형을 잃고 무너지게 되어 있다. / 캔서앤서DB

 

승자의 저주… 경영에서도 똑같다

우리의 생활에서도 이같은 도(道)는 통하는 원리다. 강대강으로 부딪혀 봐야 남는 것이 없다. 경영학에서 흔히 말하는 ‘승자의 저주’라는 표현은 그같은 충돌의 결과를 말한다. 분명히 이겼지만, 진 것이나 다름없는 결과에 이르게 되는 것은 내가 쓸 수 있는 힘을 몽땅 써버려 더이상 수습도 도약도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사업의 영역에서 촉수를 뻗어 상대의 움직임과 시장의 상황, 나의 힘을 제대로 파악하고 신중하고 유연하게 움직인다면, 무리한 강수를 두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혹시라도 나의 상대가 그런 수를 아는 고수라면 큰일이다. 그렇다면 더욱 신중하게 촉수를 늘려야 살아남을 수 있다.

개인의 건강에서도 이같은 원리는 그대로 작동한다. 자신을 강하게만 수련하는 사람, 상대방과 강하게만 맞서려는 사람은 오래 건강하게 생활할 수 없다. 격렬한 스포츠 선수들이 쉽게 몸을 망치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태극권의 사상적 모태인 노장철학에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있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바위를 뚫는 것은 부드러운 물이다. 유연하게 강함에 맞서면 이길 수 있다. 내 몸을 상하지 않고 이길 수 있다. 입찰에서 이기고도 지는 CEO는 결국 무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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