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운동은 유익하다, 태극권은 특히 그렇다



이찬 대한태극권협회 창립자

2021. 05. 31 by 정리=최윤호 기자

태극권을 우리나라에 보급한 것은 나지만,  사실 나는 어린 시절에 태권도와 소림권처럼 강한 무술, 이른바 외가권을 익혔다. 그리고 실제 생활에서 폭력을 쓰는 사람들과 많이 부딪히는 생활을 했다. 오래전 허장강, 박노식 같은 배우들이 건달역으로 출연하는 영화 제작에 함께 관여했다. 막싸움의 무술감독 같은 역할도 했다. 그러다 태극권이라는 전혀 다른 수준의 무술을 알게되고 그 세계에 빠지면서 내 무술의 방향도, 인생의 태도도 극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태극권 수련생 중에도 이런저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며칠 전 달리기를 하는 수련생과 이야기를 나누다 태극권이 좋느니, 마라톤이 좋느니, 동석자들이 한참 논쟁을 벌였다. 그래서 생각을 정리해 봤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강철부대'에 등장하는 특수부대 대원들은 각자의 영역에 필요한 특공무술을 익힌다. 그 또한 유용한 무술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 채널A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강철부대’에 등장하는 특수부대 대원들은 각자의 영역에 필요한 특공무술을 익힌다. 그 또한 유용한 무술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 채널A

 

모든 무술은 각각 쓸모가 있다

모든 운동은 좋다. 모든 무술은 유용하다. 무술영화를 보다가 가끔 만나는 대목이 있다. 어떤 무술의 고수가 다른 무술을 배운 사람들과 싸우면서 “당신네 무술, 기껏 그정도밖에 안되냐”면서 비웃는다. 그때 상대방이 말한다. “비록 내가 졌지만, 우리 무술이 약해서 진 것이 아니라, 내가 약해서 진 것이다.” 이렇게 말이다.

무술마다 각각의 특징이 있지만, 모든 무술은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고 각각의 용도에 맞게 발전해왔다. 현대에 와서는 좀 다르지만, 그래도 각각의 쓰임새가 있다. 어떤 무술은 외가권으로 특화되어 싸움과 강함을 훈련하는데 적합하고, 어떤 무술은 내가권으로 깊어지면서 심신 수양에 더 큰 장점이 있다.

강력한 무술은 호신술로 이름을 떨친다. 우리나라에서는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태권도를 호신술로 배운다. 스포츠로서 유용하고, 격투기 선수의 기본기로 태권도 발차기도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좀더 전문적인 무술을 원하는 사람은 쿵후학원에 다니고, 다이어트가 유행하면서 복싱 바람이 불기도 했다.

요즘 TV의 <강철부대>라는 프로그램이 화제다. 특수부대 출신들의 대결을 그렸다. 특수부대의 특공무술 또한 전쟁에 매우 유용한 무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태극권을 수련하는 사람으로서, 과거에 다양한 무술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말하거니와, 모든 운동은 나름의 유용함을 지니고 있다.

바람처럼 물처럼… 유연함이 태극권의 원리

태극권은 깊은 호흡과 유장한 움직임으로 수련하면서 면역력과 명상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한편, 현대인에게 가장 적합한 수준의 호신술로도 유용하다. / 캔서앤서DB
태극권은 깊은 호흡과 유장한 움직임으로 수련하면서 면역력과 명상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한편, 현대인에게 가장 적합한 수준의 호신술로도 유용하다. / 캔서앤서DB

 

태극권은 특히 유용하다

태극권은 특히 현대사회에서 더 유용하다. 심신수양이라는 점에서도 그렇고, 100세시대에 필요한 운동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면역력의 관점에서도 유용하고, 법이 지배하는 사회에 적합한 호신술로도 그러하다.

명상이나 요가는 움직임이 적다. 운동이 되기 어렵다. 반면 태극권은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명상과 요가, 스트레칭을 계속 시행하는 운동이다. 깊은 호흡을 유지하면서 유장하고 부드럽게 움직이는 동작 하나하나가 참선이다. 그러니 운동도 하고 명상도 요가도 되고, 면역력도 챙기니 일석사조(一石四鳥)인 셈이다.

70세 이상 사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다. 문제는 건강하게 사느냐다. 그 나이에도 제대로 움직이고, 젊게 생각하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 태극권은 나이를 먹어서도 잘 할 수 있는, 아니 더 잘할 수 있는 운동이다. 젊을 때 배운 몇개의 초식만 기억하고 되풀이해도 100세까지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세상에 그런 운동이 태극권 말고 어디 또 있는가.

현대사회의 구조상으로 태극권은 유용한 호신술이다. 앉아서 도만 닦던 도사들을 위한 무술로 개발되었듯, 앉아서 일하고 앉아서 노는 현대인에게 태극권은 무리없이 배울 수 있는 무술이다. 법의 지배를 받으니, 자기방어를 해도 자칫 처벌받기 일쑤다. 태극권은 때리는 무술보다 밀고 당기고 제압하는 무술에 가깝다. 그래서 너끈히 상대를 제압하지만 그게 법적다툼이 될 일은 없다. 대단히 실용적인 호신술인 셈이다.

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