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골을 세워라… 중력에서 자유로워지리라


이찬 대한태극권협회 창립자

2020. 07. 10 by 정리=최윤호 기자

등골을 세워라.

태극권 수련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말 중 하나아마도 이라고 소리치는 말과 함께 가장 빈번한 훈련용어 1, 2위를 다툴 것이다. ‘쏭’은 ‘송’이다힘을 뺀다는 뜻의 어려운 한자어다힘을 빼는 것은 태극권 수련의 가장 중요한 원리이고등골을 세우는 것은 움직임을 익히는 과정에서 상체의 위치를 잡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태극권은 무술이면서 움직이는 기공이기 때문에 몸을 많이 움직인다발의 움직임은 48방으로 방향을 바꾸고앞으로 뒤로 나아가기도 한다. 아예 방향을 45도 90도 180도 휙 바꾸기도 한다그 과정에서 중심을 잃기 십상이다

중심을 잃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상체를 숙이거나 뒤로 눕히는 것순서를 바꿔말하자면상체가 앞으로 숙여지거나 뒤로 눕혀지면우리는 중심을 잃을 수밖에 없다기공의 호흡이 흐트러지고무술의 파괴력이 떨어지며무엇보다 상대방에게 내 허점을 드러내 공격의 길을 열어주게 된다

태극권은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상체를 곧추 세우는 것. 공격이나 수비를 할 때 몸이 앞이나 뒤로 쏠리기 쉬운데, 그렇게 하면 균형과 파워를 잃게 된다.태극권은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상체를 곧추 세우는 것. 공격이나 수비를 할 때 몸이 앞이나 뒤로 쏠리기 쉬운데, 그렇게 하면 균형과 파워를 잃게 된다.


미려중정(尾閭中正)
.

태극권의 구결로는 미려중정이다. 꼬리뼈부터 정수리까지 돛단배의 돛대처럼 척추를 똑바르게 곧추세우는 것을 말한다. 자신의 중심선과 지구의 인력선이 일직선이 되는 자세. 자연히 편안해지고, 팔면을 지탱할 수 있게 된다.

등골은 스물 네 마디의 구슬 같은 뼈의 연결로 이루어져 있다. 마치 구슬을 꿰어 만든 주렴 같다. 중력에 의해 자연스럽게 일직선으로 늘어진 주렴을 생각하면 된다. 하나라도 비틀어지면 안된다. 아니, 그렇게 될 수가 없다. 그것이 자연의 현상이다.

그런데, 우리 몸은 의지와 근력에 의해 자세가 흐트러진다. 태극권 수련에 있어서는 공격을 하겠다고 밀어가면서 몸도 앞으로 기울어지기 쉽다. 상대가 상체를 기울여 공격해 온다면, 슬쩍 피하면서 그 방향 그대로 살짝 당기기만 해도 상대는 나가떨어지게 된다. 피하겠다고 뒤로 몸이 누워도 마찬가지. 슬쩍 조금 밀기만 해도 뒤로 발랑 넘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운동을 하는 사람은 중심을 잡을 수 있어야 하고, 그 중심잡기의 첫발이 상체를 곧추 세우는 것이다.

등골을 바로 세우는 것은 효과적인 수련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척추의 건강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균형감을 키우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하체가 크게 움직이는 경우에도, 상체의 바른 자세는 흐트러지지 않아야 한다. 1993년 영화 태극권의 이연걸.하체가 크게 움직이는 경우에도, 상체의 바른 자세는 흐트러지지 않아야 한다.
1993년 영화 태극권의 이연걸.


직립보행, 중력의 부담을 줄여라 

인간은 직립보행을 한다이 말은 중력을 척추를 중심으로 온몸이 받아내야 한다는 뜻이다직립보행은 우리를 대단히 힘 있는 동물로 만들어줬지만또한 우리를 매우 취약하게 만들기도 했다

상체가 기울어진 자세를 갖게 되면척추가 중력을 비스듬히 받게 된다이른바 디스크 문제가 생기게 된다척추 추간판탈출증비스듬히 연결되어 있는 척추를 위에서 눌러버리면 연결고리들이 뭉개지면서 뼈들이 어긋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건강한 생활을 위해 우리는 척추를 꼿꼿이등골을 세워야 한다그렇다고 뻐덕뻐덕 힘을 주는 것은 아니다잘 세워척추 뼈 하나하나가 고르게 중력을 분산시키되 힘을 주지않고 자연스러운 자세를 유지함으로써 부드럽게 좌우회전이 가능해야 한다가슴이 지나치게 앞으로 자리잡아도 안되고 횡경막이 위로 치솟아도 안된다그저 자연스럽게 꼿꼿하되 느슨한 고리를 유지해야 건강한 척추를 유지할 수 있다

건강한 척추는 단순히 척추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움직임운동들의 효율이 높아지는 것을 뜻한다삶이 중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상대적으로 훨씬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게 된다전후좌우어디로 다리가 움직이든상체가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꼭 태극권 수련이 아니더라도 일상 속에서 실천해야 할 원칙이다.

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