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의 시대, 태극권과 보이차에서 길을 찾다


이찬 대한태극권협회 창립자

2020. 08. 17 by 정리=최윤호 기자

보이차(普洱茶).

중국 운남성 보이현의 특별한 차를 보이차라고 한다. 풍미가 강한 차에 속하는데 그 이유는 만드는 과정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운남대엽종 차나무의 잎으로 만드는 보이차는 찻잎을 가열한 후 수분을 적당히 머금토록 한 뒤, 대나무 통이나 상자에 넣어 미생물을 번식시킨다. 이후 번식시킨 미생물이 분비하는 효소에 의해 차가 발효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로 인해 ‘후발효차’로 불리고, 다른 차에 비해 향이 진하다.

흔히 녹차는 차가운 성분이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좋다고 말하는데, 보이차는 이와 반대로 따뜻한 성분이 있어 몸을 보(補)하는 차다. 몸의 안쪽부터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성질이 있어 오한이 있는 사람들에게 우려 마시게 했다. 그러면서도 몸의 기름을 제거하고 소화를 돕고 술을 깨게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수련자들과 보이차를 함께 마시며 태극권의 도와 인생의 길을 이야기하는 시간은 면역력을 높이는 치유의 시간이면서 '코로나19'시대에 조신하게 교류를 나누는 방법의 모범이 되기도 한다.수련자들과 보이차를 함께 마시며 태극권의 도와 인생의 길을 이야기하는 시간은 면역력을 높이는 치유의 시간이면서 ‘코로나19’시대에 조신하게 교류를 나누는 방법의 모범이 되기도 한다.


태극권과 보이차, 몸의 안쪽부터 덥히는 효능

중국무술을 수련하다 보니 중국이나 대만에서 함께 수련하던 사람들, 그쪽 지방으로 출장을 갔던 사람들이 좋은 보이차를 보내오는 경우가 많다. 대만에서 수련할 때부터 익히 알아왔고, 도관에서 수련생들과 차를 함께 마시면 담론을 즐기는 것을 내가 좋아하다 보니, 사람들도 으레 보이차 선물을 챙겨주곤 한다.

태극권의 원리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호흡이다. 깊은 호흡으로 단전에 기를 축적하는 일종의 단전호흡인데, 이 과정을 통해 단전(몸의 중심부)에 온돌이 마련된다. 온돌에 불을 때면 그 불기가 위로 올라 온몸을 순환하면서 기혈을 원활하게 하고, 뼈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고, 몸안에 기운을 축적하게 한다. 태극권을 수련하는 내내 가늘고 깊게 쉬는 숨으로 인해, 우리의 마음은 차분해 지고, 몸은 단단해지는 것이다.

보이차의 기능도 이와 같은 부분이 있다. 몸의 안쪽부터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단전호흡의 효과와 유사하다. 전신의 기혈순환은 면역력과 직결되는 법, 당연히 일반적인 건강을 유지하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된다. 몸에도 좋고, 마음을 다스리는 데도 도움이 되는 보이차를 마시며 태극권과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더욱 큰 힘이 된다. 요즘처럼, 모두가 격리된 시절, 믿을 수 있는 사람들과 마음을 열고, 같은 수련의 생각들을 공유하는 시간은 태극권이 원래 도(道)를 논하던 도가의 무술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딱 이 시절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다.

차마고도(茶馬古道). 이 유명한 길도 보이차와 관련되어 있다. 중국의 차와 티베트의 말을 사고 팔며 시작된 험준하고 가파른 길. 오래전 TV에서 다큐멘터리로 방송하면서 널리 알려진 차마고도의 그 가파른 길을 기억하는가. 생명을 걸고 오간 소중한 통로가 가져다준 선물이 바로 보이차다.

보이차는 몸의 안쪽부터 전신을 따뜻하게 해주며 면역력을 높여준다. 찻잎의 특정성분은 암을 예방하는 효과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이차는 몸의 안쪽부터 전신을 따뜻하게 해주며 면역력을 높여준다. 찻잎의 특정성분은 암을 예방하는 효과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리두기 시대의 적절한 거리, 태극권과 다례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만남의 의미를 바꾸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운동을 하던 관습들에 제동을 걸고 있다. 함께 호흡하고 공유하면 더 좋은 효과가 있는 것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연극이나 공연, 스포츠 관람을 비롯해 종교활동과 비즈니스 미팅까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럴 때 태극권의 수련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 도관을 비롯해 많은 태극권 수련장들은 한꺼번에 모여서 수련하는 것보다는 개인의 수준과 개인의 시간에 맞춰 별도의 수련을 하는 것을 선호한다. 하루종일 열려 있는 도관에 자신이 낼 수 있는 시간을 선택해 수련한다. 몇 사람이 함께 할 수도 있고, 개인이 자신의 속도에 맞춰 홀로 수련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구령에 맞춰 땀과 침을 날리며 운동하는 일은 절대로 없다.

깊은 호흡을 천천히 하면서 여유롭고 우아하게 움직이며 수련하는 동작은 우리 인체에 필요한 만큼의 운동을 보장하면서 안으로부터 강해지는 면역력을 확보해 준다. 보이차를 마시는 시간도 그러하다. 왁자지껄 술잔을 기울이는 것과 달리 조용히 마음을 다듬으며 깊이 있는 담론과 반성의 시간을 갖는다. 동시에 보이차가 지닌 면역의 효과도 누린다.

찻잎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폴리페놀류는 암세포 생성을 억제하고 충치를 예방하며 혈중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춰준다고 한다. 사람들과의 교류가 끊겨 외로움과 우울함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소박한 태극권 수련과 보이차의 담론은 치유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과잉이라고 지적할지 모르겠지만, 깊고 우아한 심신을 갖춰가는 이 같은 시간은 암도 막는 놀라운 치유의 시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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