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3급지도자강습회

김태우-참가기

지난 2007년 10월 13일~14일 양일간에 걸쳐 진행된 정자태극권 “3급지도자과정” 강습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행사였다. 우선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정자태극권을 전수하고 있는 이찬태극권 도관에서 십 수년 만에 처음으로 지도자 자격증 제도를 실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에 정자태극권을 보급하는 데 있어서 보다 대중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시도에 필요한 구체적인 형식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이번 지도자과정 수련에는 대만 태극권의 거두 국홍빈 선생님 문하에서 이찬 선생님과 동문수학한 왕금사 선생님과 이건휘 선생님께서 도관을 방문하시어 특별히 지도하는 시간도 있었다. 처음에는 국홍빈 선생님께서 직접 방문하기로 하였으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불참하시고 왕금사 선생님과 이건휘 선생님만 참석하셨다.

 

왕금사 선생님은 올해 초, 국홍빈 선생님의 후계자로 공식적으로 지정되셨으며, 향후 대만은 물론 국제적인 차원에서 태극권을 지도하게 되실 분으로 알려져 있다. 정자태극권 대만조직의 총교련 및 부 총교련을 맡고 계신 두 분 선생님으로부터 직접 지도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개인적으로도 영광이지만, 우리 태극권 도관의 위상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3급지도자과정이 포괄하는 범위는 건신십이단금, 정자태극권37식, 태극선, 추수 등으로 건신과 호신이라는 태극권의 두 가지 효용 중에서 건신을 위주로 하는 것이다. 오전에는 이찬 선생님께서 건신십이단금과 태극선을, 오후에는 왕금사 선생님, 이건휘 선생님과 함께 태극권 37식과 추수를 지도하셨다.

 

지도자과정의 핵심은 태극권 지도자로서 다방면의 수련자들에게 효과적으로지도하는 방법을 습득하는 한편, 지도자에게 걸 맞는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에 대한 교정을 받는 것이었다. 처음 태극권을 배울 때는 그 의미도 모른 채 모양만 따라가다가, 나중에 태극권을 자기식으로 소화하고 나면 원래 배울 때 어떻게 배웠는지, 또 어떤 동작이 정확한 것인지를 잊어버리게 된다. 특히 초심자들을 지도하다 보면 자기가 정확하게 알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번 수련과정은 이미 배운 것이지만 다시 한번 정확하게 그 내용을 확인하고, 고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또한 본인 스스로 수련할 때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을 가르칠 때도 동작을 또박또박 끊어서 가르치는 방법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는 것도 소득이라 할 수 있겠다. 아마 이번 과정에 참가하신 수련생 들은 이 과정 이후에 많은 진전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 이 분들이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다른 분들에게도 태극권을 전수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 본다.

 

왕금사 선생님으로부터 정자태극권 37식과 추수를 지도 받으면서 느낀 바도 크다. 왕금사 선생님은 일흔이 다 되신 분이신데도 겉보기에 50대로 보일 정도로 활력이 넘치시는데, 항상 얼굴에 인자하고 여유 있는 미소를 띠고 계셨다. 물론 권가를 시범하실 때는 이찬 선생님에게서도 가끔 발견하게 되는 무서운 눈빛을 내비치시는데 무술을 수련하신 분들은 대개 그러한 듯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왕금사 선생님은 “우리는 한 가족이다”, “이찬 선생님으로부터 지도를 받을 수 있어서 여러분은 행운이다”라고 여러 번 강조하셨는데, 정말 가족처럼, 마치 아버지가 아들에게 가르치는 것처럼 지도해 주셨다.

또 추수를 지도하실 때는 특히 송과 함흉을 강조하셨는데, 우리 도관의 안찬호 사범과 함께 시범을 보이시면서 특유의 인자한 미소로 “함흉”, “함흉” 하고 외치시는 모습이 상대에게 자신을 온전히 내주면서도 여유가 있고 두려움이 없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 분은 퍼포먼스가 뭔지를 아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평소 추수를 배우면서 송과 함흉에 대해서 말로는 설명을 듣지만 잘 이해하지 못하고, 몸으로 따라는 가지만 머리 속에서 그 형상을 이미지화하지 못한 채 막연히 수련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왕금사 선생님의 모습과 특히 그 표정을 보면서 함흉과 송의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가, 또 그때의 마음상태가 어떤 것인지가 강렬하게 마음속을 파고드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다른 분들도 말로 설명하시지는 않았지만 어떤 이미지로 무의식에 그 개념이 파고들었으리라고 생각된다. 즉 가르칠 때 이론적이거나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강렬한 이미지로 전달할 수 있는 그 어떤 퍼포먼스의 형태도 상당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됐다.

 

두분 선생님으로부터 지도를 받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두분 선생님께서 우리는 한 가족이라고 누차 강조하실 때 들었던 느낌은, 대만 즉 태극권의 중심지를 기준으로 할 때 우리가 비록 변방에서 소수가 모여 태극권을 수련하고 있지만 우리는 하나의 뿌리에서 갈라져 나왔으며, 그 뿌리와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훨씬 큰 세상에 합류하고 있다는 연대의식과, 큰 조직의 수장 그룹이 이찬 선생님과 이찬 선생님으로부터 지도를 받는 수련생을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이 주는 자부심이 지도자과정 이틀 동안을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겨우 이틀 동안 지도자로서의 자질이 갖추어졌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것을 보고 느꼈으며, 이는 태극권 수련과정에서 또 한번 새로운 출발점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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