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영혼’ 나훈아를 보고, 태극권을 생각함
추석연휴가 지났다. 벌써 10월이 시작됐고, 아침의 싸늘한 공기가 계절도 바뀌었음을 실감하게 한다. 모든 분들이 추석연휴, 잘 보내셨길 기원하면서 나훈아 이야기부터 시작하겠다.
나훈아 콘서트가 추석 연휴, 온나라를 사로잡았다. 그는 강인한 몸과 자유로운 영혼으로 지친 대한민국 국민들을 위로하면서 희망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줬다. / KBS뉴스 인터넷판
자유로운 나훈아, 대한민국 어게인!
KBS2에서 엄청난 쇼를 방송했다. 비대면 콘서트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나훈아가 기획부터 제작을 직접 주도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가 멋진 힘으로 멋진 노래를 불렀다는 것도 화제였고, 무엇보다 그가 한 발언들이 화제가 됐다.
내 젊은 시절, 영화가에서 무술감독도 하고 제작부장도 하면서 연예가에 머물렀을 때부터 나훈아의 노래와 인생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내게도 이 쇼가 특별했다. 그렇지만, 내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노래보다, 정치적 발언보다,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정확한 말을 그대로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가인으로 살려면 영혼이 자유로워야 한다고 했다.
사회자 김동건 씨가 등장해 훈장을 거부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나훈아가 한 말이다. 자유롭게 술도 마시고, 사람도 만나고, 자기 하고 싶은 것들을 해야 자유로운 영혼이 될 수 있고, 영혼이 자유로워야 노래를 제대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이었다. 공감한다. 동감이다.
물론, 이 말도 정치적인 함의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주겠다는 훈장을 굳이 마다한 것 자체가 메시지일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이면에 있는 그의 순수한 자유욕망을 믿는다.
‘가황’ 나훈아는 강인한 몸과 자유로운 영혼으로 구원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줬다.
김용의 소설 ‘의천도룡기’를 드라마로 만든 ‘의천도룡기 2019’의 한 장면. 태극권 3대 사조인 주인공 장무기는 왕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권력을 탐하지 말라고 일갈하고 강호로 떠나간다.
고독한 선택 태극권, 자유로운 영혼이어야 한다
나는 무술의 길을 택했다. 나훈아가 50여년을 노래했듯, 나 또한 50여년을 무술에 매진했다. 다른 길을 가 본 적이 없다. 조용히 자신을 다듬는 운동인 태극권을 시작한지도 40년이 되었다. 안 그래도 고독한 운동을 고독하게 외길로 걸어왔다.
지금 내 마음은 썩 가볍지는 않다. 요즘 사회적으로 무겁게 가라앉아 있고, 코로나19로 사람들의 마음이 옥죄어 들어가고 있기만 한 듯하다. 운동을 하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도 줄어들어 안타깝기만 하다. 내 운동 내가 하면서 나는 건강하게 잘 살 수 있지만, 밖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이 좋은 것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만 같다.
나훈아의 에피소드 중 ‘돈 내고 노래 들으러 오는 관객을 위해 노래하겠노라’는 것이 있다. 실제로 권력자가, 부자가 불렀을 때도 가지 않았다. 중국작가 김용의 소설 <의천도룡기>에 등장하는 태극권 3대 사조이며 명교의 교주였던 장무기가 원나라를 무찌르고 명나라가 세워지는 과정에 참여한 뒤 그의 수하에게 강조하는 말이 있다.
“우리 명교는 오직 백성을 위해 노력할 따름이다. 권력을 탐하지 않는다. 이 권좌에 앉는 자가 있다면 내 손으로 처단하겠다. 나 또한 왕이 되지 않겠다.”
태극권의 선조들은 이렇게 자유로운 마음으로 의로운 결단을 하면서, 태극권을 발전시켜왔다. 지금 내 마음도 이렇다. 면역력이 중요해진 이 시대, 다들 운동보다는 스마트폰에 머리를 들이밀고 있는 상황이 바뀌어야 한다. 그럴듯한 말들 ‘비대면 콘텐츠’ ‘포스트 코로나’를 말하지만, 인간의 육체가 나약해진다면, 정신인들 어디 건강할 수 있겠는가.
자유로운 영혼, 강인한 육체,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지향점이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