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부동 아부동, 적미동 아선동(敵不動我不動 敵微動我先動).

적이 움직이지 않으면 나도 움직이지 않고, 적이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내가 더 먼저 움직인다는 말이다. 태극권에서 중요한 구결이다.

움직이는 가운데 고요함을 찾고, 고요한 가운데서 움직임을 찾는 태극권은 상대와의 대결에서는 ‘적부동아부동 적선동아선동’의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 물론 태극권의 궁극 경지는 자신 마음과 몸을 최고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상대방과 대련하고 대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무술이라는 점에서 상대와의 대결은 중요하다.

상대와의 대결은 결국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것뿐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상대를 읽으려면, 나를 먼저 가라앉혀야 한다

‘청경’이라는 말이 있다. 상대를 듣는 것이다. 상대의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움직임을 듣는 것이요, 상대의 마음을 듣는 것이다. 상대의 몸과 마음 속에서 기운을 사용하려고 하는 의도를 듣는 것이다.

상대의 의지를 읽을 수 있으려면 자신의 마음을 고요하게 가라앉혀야 한다. 자신을 먼저 갈고 닦는 과정을 거쳐 깊고 깊은 명경지수의 마음을 가져야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것에 적응해 반응하려면 자신의 몸을 또 열심히 갈고 닦아야 한다.

적부동아부동(敵不動我不動). 이 단계는 그냥 가만히 있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있으면서 상대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적미동아선동(敵微動我先動), 즉 상대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내가 먼저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단계에 대한 믿음이 없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나는 가끔 눈을 가리고 상대방과 대련을 한다. 손등만 가볍게 맞대고 있어도, 상대의 움직임이 느껴지고, 심지어 상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 의지가 읽히는 짧은 순간, 나는 상대를 먼저 공격할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명경지수. 거울처럼 맑은 물이어야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머금을 수 있다. 나의 마음을 먼저 맑게 다듬어야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 Photo by Tom Gainor on Unsplash

내 마음이 호수 같아야 하늘을 비출 수 있다

우리는 생활 속에서 늘 상대방의 마음이 궁금하다.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 가치있는 사람의 마음이 더욱 궁금하다. 더군다나 싸움을 하고 있다면, 상대방과 맞서고 있다면 상대의 마음, 상대의 의지, 상대의 다음 수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굳이 태극권이나 싸움 같은 몸의 움직임에서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는 물론, 개인의 감정까지 모든 것에 해당된다. 자신의 마음이 격랑의 상태라면, 차분하게 상대를 대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 오히려 상태를 나쁘게만 만들고, 상대가 자신을 공격할 기회만 줄 뿐이다.

그러므로, 깊은 호흡과 여유로운 몸 움직임, 자연과의 교감, 자신의 내면 들여다보기 같은 수련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명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 그렇게 된 자신의 마음을 상대의 마음에 투영해 보면, 상대가 보인다.

또한 민감해지고 예리해진 자신의 감각으로 상대를 응시하면, 상대의 움직임이 보이고, 더 나아가 그 움직임을 유발하는 상대의 의지가 보인다.

평소 깊이 있는 수련과 맑은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자. 그러면, 세상의 모든 이치가 눈에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건강과 행복의 비결도 눈에 보이게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