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문 연 태극권도관, 이제 희망을 이야기하자


이찬 대한태극권협회 창립자

2020. 09. 21 by 정리=최윤호 기자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 민족 최고의 명절이다. 휘황한 보름달도 좋지만, 그보다는 계절이 바뀌면서 무르익는 곡식과 풍성한 수확이 더욱 좋다. 곳간이 풍족하니 마음도 여유로워지는 계절이다.

그런데, 올해는 많이 다르다. 경제는 엉망이고 사회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코로나19라는 괴물이 우리의 생활을 잡아먹고 있는데, 특별한 사회적 안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사람들에게 뭐해라 뭐해라, 몇명이 확진됐다, 그런 말들만이 무성할 뿐. 언제까지 이 사태가 지속될지 알지 못한다. 그러니 사는 것이 불안하다.

썰렁한 도관. 2주만에 문을 연 태극권도관을 정리하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지나가고 나면, 우리가 대면할 현실은 어떤 것일까 고민하게 된다.
썰렁한 도관. 2주만에 문을 연 태극권도관을 정리하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지나가고 나면, 우리가 대면할 현실은 어떤 것일까 고민하게 된다.


2주만에 문연 도관, 바닥엔 먼지 가득

2주간 태극권 도관의 문을 닫아야 했다. 코로나19로 점점 줄어들던 현장수련이 완전히 끊긴 것이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다시 문을 열었다. 당연히 수련생이 더 줄어들었다. 썰렁한 도관. 사범 몇 명과 도관을 청소했다. 평소 깔끔하게 정리하며 살아왔다고 자부했는데, 사람 손길이 끊긴 2주 동안 쌓인 먼지가 대단하다. 반질반질 윤이 나게 길이 든 나무바닥에 이렇게 많은 먼지가 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 신기하다. 사람 발길이 끊기고, 문도 닿아두었는데, 이 먼지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

사람의 손길이 끊어지면 쇠락하는 것은 금방이다. 원래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으로 자연과 맞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사람의 몸도 그렇다. 관리를 중단하면 금방 쇠락한다. 근육이 사라지고, 살이 붙고, 뼈는 약해지고, 관절의 가동성은 떨어진다. 몸을 움직이는 것도 힘들고, 운동을 하고 싶어도 하겠다는 의지는 찾아볼 수 없게 된다.

10여분 남짓한 시간동안 바닥을 쓸고 났더니 허리가 아프다. 두둑, 허리를 펴니 소리도 난다. 우리 몸이 그렇고, 우리가 만들어 놓은 것들이 그렇다. 성과를 만들기는 힘들지만, 거기에 안주하거나, 손을 놓으면 순식간에 큰 일이 벌어진다. 바닥을 쓰는 것도 수련이고 공부이다. 이 공간에 수련생들이 더 많아지고, 한명이라도 더 건강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정성껏 바닥을 청소했다.

한 태극권 동호회에서 테라피 타이치와 건신12단금 등 기초적인 수련을 하고 있다. 환우의 회복을 위해 고안한 이 동작들이 평생의 건강 재산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모여서 다시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이 속히 오기를 기대한다.
한 태극권 동호회에서 테라피 타이치와 건신12단금 등 기초적인 수련을 하고 있다. 환우의 회복을 위해 고안한 이 동작들이 평생의 건강 재산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모여서 다시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이 속히 오기를 기대한다.


환우 회복 위한 태극권, 이제는 미래 위한 태극권

태극권은 심신을 수양하는 운동이다. 우리 대한태극권협회와 내가 만든 ‘테라피 타이치’는 애초부터 환우들의 회복을 위한 운동으로 만든 수련방법이다. 암과 관련해 말해 본다면 암에서 회복되기 위해 운동이 필요한 사람들, 암이 발병하지 않는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 암 환우를 돌보며 힘든 나날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치유의 운동이 될 수 있는 운동이 태극권이요, 그 중 테라피 타이치다.

면역력이 중요한 시기, 태극권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평생을 운동할 수 있는 태극권은 깊은 호흡과 우아한 동작으로 몸의 가동성을 최대한 높여주고, 신체 내부에서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때문에 누구든 수련하면 활력 넘치는 생활을 할 수 있다. 무슨 운동이든 좋지만, 태극권은 이런 시대에 딱 맞는 수련법이다. 몇가지 기본 동작들을 제대로 익히고 나면, 평생 혼자서도 할 수 있다.

무술로서의 태극권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도관에서 손을 맞추고 힘을 겨뤄야 하지만, 건강운동으로 보자면 혼자 할 때도 같이 할 때도 자신의 영역에서 몸과 마음을 수련할 수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를 코로나19 사태와, 포스트코로나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태극권은 개인의 건강을 담보하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천년무술인 태극권이 이제 미래 희망의 대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건강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도, 개인의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태극권이 해낼 수 있는 무궁한 가능성에 주목해 주면 좋겠다. 희망은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그 무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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