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원장, 서서 명상하는 듯…환우에겐 근력운동 효과도


이찬 대한태극권협회 창립자

2020. 06. 12 by 정리=최윤호 기자

혼원(混元) 무극(無極).

모든 것이 아직 하나로 뒤섞여 있어, 극과 극이 없는 상태다. 음과 양의 휩싸고 도는 조화와 반발로 이루어진 태극의 시간 이전의 상태다. 성경이 말하는 천지창조 이전의 시간이요, 과학이 말하는 생명체 탄생 이전의 시기일 수도 있겠다.

태극권에서는 당연히 음과 양의 조화, 태극의 움직임, 정중동이나 허실분청 같은 대조적인 상황을 중시한다. 언제든 발현해 싸울 수 있는 상태를 준비하되 조용히 안으로 갈무리함으로써 기공의 수련도 할 수 있는 자세가 태극권 수련의 기본자세다.

혼원장은 양발에 같은 무게를 두고, 살짝 구부린 상태에서 힘을 온전히 뺀 양 팔을 몸 앞에 원과도 같이 위치시키고 호흡과 정신을 가다듬는 자세이다. 구부리고 있는 다리에 힘이 덜 들어가기 때문에 긴 시간 동안 호흡과 정신을 침잠시키며 기를 단전에 쌓는 연습을 할 수 있다.

아직 음과 양, 실과 허가 갈라지기 전 상태로 돌아가 마음을 수련하는 자세인 셈이다.

태극권 혼원장의 앞모습, 옆모습./ 이찬태극권도관
태극권 혼원장의 앞모습, 옆모습./ 이찬태극권도관


태극권 참장공의 하나, 혼원장

말뚝처럼 우두커니 서있는 수련이 참장공이다. 몸의 뿌리를 땅에 박는 훈련이면서 참을성을 기르는 동작이고, 허실을 구분한 동작을 통해 균형감각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 땅의 기운을 받아들여 기를 충실하게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중 혼원장은 양발에 균형을 잡고 같은 무게를 둔다. 팔도 양손을 대칭적으로 몸통의 앞에 위치시켜 커다란 원을 만든다. 다리는 살짝 구부리지만, 양발에 같이 무게를 두니 힘들지 않다. 마음의 준비로 1~2분만 수련할 수도 있지만 10분에서 30분씩 우두커니 서있는 수련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일종의 서서 하는 명상 같다.몸이 힘들지 않으니 마음을 고요히 하기 쉽다. 그러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한 발로 서는 참장공들은 더 많은 수련을 할 수 있으니, 스스로의 한계가 있다. 다음 동작을 위해 집중도를 높여놓고 기의 원활한 사용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는 매우 효율적인 작용을 한다.

로키산맥 국립공원에서 본 별들과 은하. 창조의 순간 이후 혹은 빅뱅 이후 질서와 조화를 상징하는 코스모스(우주)가 생겼다. 혼원장은 이런 음과 양의 갈라짐 이전의 마음을 가져보는 동작이다./ Unsplash
로키산맥 국립공원에서 본 별들과 은하. 창조의 순간 이후 혹은 빅뱅 이후 질서와 조화를 상징하는 코스모스(우주)가 생겼다. 혼원장은 이런 음과 양의 갈라짐 이전의 마음을 가져보는 동작이다./ Unsplash


구별이 없는 편안한 마음, 생활 속 실천을

아직 음과 양조차 구별되지 않은 단계의 시간을 경험하는 수련은 일상에서도 가능하하다. 가부좌의 명상은 다리가 불편하고, 기초훈련이 또 필요하지만, 혼원장은 그냥 누구나 살짝 무릎만 구부리면 동작 끝이다. 그 자세에서 팔만 원처럼 들어올리면 된다.

면역력도 높여준다는 명상을 서서 쉽게 한다고 생각하자. 머리는 곧게 세우고, 턱을 아래로 살짝 당긴 상태에서 혀는 위턱 시작부분, 윗니의 뿌리에 붙이고 시선은 바르게 앞을 보고, 척추는 수직을 유지한다. 허리는 느슨하게 힘을 빼고 가라앉힌다. 그 상태에서 느리고 깊게 호흡하면서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자. 마음이 가라앉고 편안해진다. 세상사도, 떠오르는 잡념도 판단하지 말고 흘려두자.

환우들에게는 이 정도의 구부린 하체만으로도 최소한의 근력운동이 된다. 아주 천천히 조금씩 강해지면서 호흡도 정신도 안정되기 시작한다. 건강과 운동, 활력넘치는 생활에 대한 기대감이 쌓일 수 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병의 기운과 걱정을 잊고 롭게 활력을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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