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의천도룡기ㆍ황야의 7인에 흐르는 태극권의 정신


이찬 대한태극권협회 창립자

2020. 06. 26 by 정리=최윤호 기자

의협.

옳을 의(義), 협객 협(俠). 옳은 검객이 의협이다. 세상이 험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돌보는 사람들이 차고넘친다. 이럴 때 세상을 구하겠다고 자신의 목숨을 거는 사람들. 대단한 영웅이다. 그렇게까지 거창하지 않더라도 훌륭한 의협들은 있다. 무협지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주변에도 있다.

태극권은 무술을 수련하고, 호신술을 배우고, 마음을 다스리는 깊은 호흡을 배우고, 몸 속에 기를 쌓아가는 운동인데, 궁극적인 심신의 조화는 세상을 위해, 정의를 위해 몸을 바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을 지향한다.

돈을 최종 목표로 하는 프로 스포츠와 달리, 태극권은 의와 도를 최종 목표로 한다. 그런 점에서 현대사회에 이런 도를 수련하는 사람들이 필요한 것일 수 있겠다.

무더위가 시작됐고, 장마비도 내린다. 꿉꿉한 요 며칠, 청량한 마음을 느껴보라고 옛날과 현대의 무협세계로 안내한다.

억압받는 국민을 위해 원나라 조정과 맞서 싸운 태극권의 시조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김용 소설 '의천도룡기'를 드라마로 만든 '의천도룡기2019' 포스터.
억압받는 국민을 위해 원나라 조정과 맞서 싸운 태극권의 시조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김용 소설 ‘의천도룡기’를 드라마로 만든 ‘의천도룡기2019’ 포스터.


의천도룡기… 무도한 조정에 맞선 태극권 선조들

중국의 대단한 소설가 김용이 쓴 소설 <의천도룡기>. 이 위대한 소설의 주인공은 태극권의 시조들이다. 태극권 창시자이며 어디서나 무림 최고의 진인으로 대접받는 장삼봉 도인과 그의 제자들 무당7협, 그리고 3대 장무기. 이렇게 3대에 걸친 무당파 태극권의 선조들이 핵심인물이다.

그들은 원나라 조정의 국민(백성) 탄압에 맞서 싸운다. 여러 문파들과의 갈등, 같은 문파 안에서의 계파 싸움도 있지만, 명교(조로아스터교)를 이끌게 된 태극권 3대조, 장무기 교주는 모든 부귀영화를 거부하고 악행을 금지하고 오직 국민이 평안하게 잘 살게 되는 세상을 만들자고 무림을 이끈다. 명교는 이른바 정파에 의해 사파라고 지목됐지만, 장무기는 명교를 가장 정직한 고수들의 집단으로 변신시키고 의에 봉사한다.

무술을 익힌 영웅호걸들과 원나라 조정의 군인들의 대결. 실로 처참했을 터. 한 사람한 사람으로는 의협들이 강하겠지만, 어찌 군대에 맞서 쉽게 이길 수 있겠는가. 그들에게는 국가가 중요했다기보다는 억압받는 국민들을 압제에서 해방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목숨을 걸었다. 그들은 의의 편이라고 자임했기에 강했다.
1960년에 만들어진 '황야의 7인' 포스터. 한 마을을 장악한 악당들과 맞서 싸우는 7인의 건맨 이야기로 최근엔 이병헌도 출연한 '매그니피슨트 세븐'이 리메이크되었다.1960년에 만들어진 ‘황야의 7인’ 포스터. 한 마을을 장악한 악당들과 맞서 싸우는 7인의 건맨 이야기로 최근엔 이병헌도 출연한 ‘매그니피센트 세븐’이 리메이크되었다. 원작의 영어제목도 ‘Magnificent Seven’이다. 


황야의 7인… 정의 위해 뭉친 거친 사내들

의협, 무림은 옛날 중국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서부개척시대의 미국도 비슷하다. 한 마을을 지배하는 악한 세력들. 그들의 어려운 처지를  알게 되고 그것을 해결하겠다고 나선 사내들. 그들은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들이지만, 험하게 살아온 거친 사람들이었다.

지배자 악당들과 이들의 차이점은, 국민(주민)을 착취하느냐 아니냐다. 약자를 먹이로 삼느냐, 아니냐다. 사실 거친 사내들은 비슷하다. 총 잘 쏘고, 술 잘 먹고, 말 거칠게 하고, 소소한 것에 무관심하다. 그러나 약자를 괴롭히는 대목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한쪽은 약자를 괴롭히며 희열도 느끼고 돈도 착취하지만, 다른 쪽은 역겨움과 분노를 느낀다. 그래서, 그들은 기꺼이 국민의 편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다. 군대 수준의 부하들을 거느리고 있는 악당과 목숨 건 일전을 벌이는 7인의 건맨들. 그들은 또한 보통사람들에게 일어나 싸울 수 있는 용기를 심어준다. 그 또한 엄청난 가치다.

나는 젊은 시절 영화 판에서 무술감독을 한 적도 있고, 무술세계에 살다보니 무협지나 서부영화를 좋아했다. 특히 <황야의 7인>은 마음에 들었다. 율 브리너, 스티브 매퀸, 찰스 브론슨, 제임스 코번 등등 후일 할리우드를 뒤흔드는 사람들이 뭉쳤다. 영화 속 거친 사내들처럼. 그렇다, 모름지기 사내들이 뭉쳤다면 정의를 위해 싸울 수 있을만큼의 의협심은 가져야 한다.

태극권을 수련하는 사람은 자신을 강하게 하되, 약자를 보호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싸워도 무협인들끼리 싸워야지 행인을 대상으로 싸워서는 안된다. 약자를 자신들의 봉으로 보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태극권을 익혀 자신의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을 정의롭게 가꾸는 것 또한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