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天地人)

천지인은 세상의 모든 만물을 아우르는 말이면서 동시에 태극권의 수련 단계이고, 만사의 작동원리이기도 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기 철학이 있는 문파, 종교, 학문, 심지어 국가에서 천지인의 논리를 설파하거나 활용해 왔다.

가장 유명한 한 가지를 소개하자면, 맹자의 공손추 하편에 있는 ‘天時不如地利(천시불여지리) 地利不如人和(지리불여인화)’라는 말이 있다. 맹자가 전쟁의 요체를 이야기하며, 비유한 것은 공성전(攻城戰)이다. 성을 공격할 때 있어서 하늘의 때가 아무리 좋아도 지리적으로 잘 갖춰진 작은 성을 함락시킬 수 없고, 지리가 아무리 유리하더라도 군사의 사기와 인화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세종대왕이 한글 창제의 원리로 천지인을 사용했고, 동학을 비롯한 민족종교에 천지인 삼재론(三才論)이 있었다. 맹자는 인화를 강조했지만, 어떤 경우는 하늘을 가장 소중하게 여겼고, 어떤 이는 세 가지의 조화를 중요하게 여겼다.

천지인 원칙에 따른 태극권 운동의 원리

태극권은 우주와 인간의 조화를 중요시하는 운동. 자신을 수련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궁극적으로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을 추구한다.

이제 인, 지, 천의 3단계 운동 요령을 간략히 소개한다. 각 단계는 또 3단계의 세분된 구간을 갖고 있지만, 우리는 지금 운동의 원리를 알고, 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과제이기 때문에 대강의 흐름만을 설명한다.

인(人)의 1단계는 근육을 풀고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는 운동. 어깨부터 손가락까지, 사타구니부터 용천까지, 미려에서 니환까지 온몸의 근육을 끝에서 끝까지 풀어주는 단계다.

지(地)의 2단계는 관절을 열고 기(氣)를 전신에 유통시키는 운동. 기를 단전에 모아, 니환과 용천까지 도달시키는 과정이다.

천(天)의 3단계는 지각작용(知覺作用)의 운동. 경 즉 수련된 기운의 탄력적 형태를 듣고(청경) 이해함으로써(동경) 신명(神明)의 단계에 이르는 수련이다.

태극권은 하늘과 조화를 이루고 땅의 기운을 받아들이고 사람들과 교류하는 운동이다. / 대한태극권협회 홈페이지 사진 캡처

자신과 우주 조화 추구하는 생활의 원리

이제, 이 태극권 수련의 원리를 어떻게 일상생활에, 특히 암 환우의 회복에 적용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자.

먼저 온 몸의 말단 부위들을 자극하는 것부터 신경써야 한다. 마사지를 받을 때도 그렇고, 일상적 건강생활을 추구할 때도 그렇다. 온몸 전체의 건강을 한꺼번에 챙기기는 어려운 법, 손끝 발끝은 상태가 좋은가 점검부터 해보자. 주먹을 쥐락펴락 해보고, 발가락은 꼼지락 거려보고, 손으로 다른 손과 발을 주물러 보면서 상태를 체크하고, 일상 속에서 부분 부분을 점검해 가자. 사타구니에서 발바닥, 꼬리뼈에서 정수리까지 불편한 부분이 없도록 관리해 보자.

그렇게 하면, 몸 안의 기운도 정상적으로 순환하고 소화기와 호흡기도 건강해진다. 기를 느낄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원활한 신진대사의 상태를 유지하기만 해도 건강의 절반 이상은 지키는 것이 된다.

건강한 심신을 추구하는 한편, 타인과 자신의 교감, 우주와 자신의 조화를 생각하면 사회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이렇게 3단계의 관점에서 건강과 생활을 유지한다면, 암을 비롯한 질병의 상태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