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옛추억 한토막… 나는 특등사수였다



이찬 대한태극권협회 창립자

2022. 02. 03 by 정리=최윤호 기자

설날이 지났다. 2022년을 임인년(壬寅年)이라고 할 때 통상적으로 음력을 기준으로 하니, 이제 진짜 호랑이의 해가 시작된 셈이다. 명절 전후엔 옛 이야기들을 하게 마련. 수련생들과 추억을 되살리다 문득 젊은 날, 군대시절이 떠올라 이야기했다.

나는 특등사수였다. 어렸을 때부터 무술을 수련했으니 침착하고 예리한 것이 남달랐나보다. 장성들이 우리 부대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부대에서 3명의 특등사수가 선발됐다. 시범행사에 총을 쏘기 위해서. 나는 가장 신참이어서 기능이 가장 떨어지는 칼빈소총을, 다른 2명의 고참들은 M1소총과 M16을 갖고 사격연습을 했다. 매일 아침 탄약통을 하나씩 들고 사격장에 나가 그것을 다 쏘고 돌아오는 시간을 보냈다. 나는 가장 노후된 총을 쐈지만,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고 멋지게 사격을 했고, 장군들이 크게 만족한 덕분에 부대장은 특별 포상휴가를 내게 선물해 줬다.

타고난 강골인 호랑이지만 목표물을 사냥할 때는 긴장과 응축의 시간을 갖고 난 뒤 순간적인 힘을 발휘해 공격한다. / unsplash타고난 강골인 호랑이지만 목표물을 사냥할 때는 긴장과 응축의 시간을 갖고 난 뒤 순간적인 힘을 발휘해 공격한다. / unsplash


깊은 호흡과 긴장풀기가 명사수의 조건

군에 다녀온 사람들, 혹은 사격을 해본 사람들은 누구나 들어봤을 이야기가 있다. “숨을 멈추고, 긴장을 풀고, 부드럽게 방아쇠를 당긴다.” 이 말들 사이에 가끔 다른 설명이 들어가기도 하지만, 핵심은 이런 내용이다.

사격은 공이가 탄약의 뒷부분을 강력하게 때리면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고 그 폭발력에 의해 탄알이 앞으로 빠르게 튀어나가는 현상이다. 이것은 간단한 물리학이지만, 이 탄알이 제대로 날아가 정확하게 표적을 맞추려면 인간의 움직임과 마음이 개입해야 한다. 표적을 조준하는 것도 사람이요,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사람이요, 방아쇠를 당기는 것도 사람이며, 그 직후 안정을 유지하는 것도 사람이다.

그래서 정확한 눈/시야와 침착한 자세, 깊고 고요한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한다. 명사수는 이런 조건을 갖고 있어야 한다. 많은 군인들이 총을 쏘지만, 대부분은 그저 그런 사수다. 명사수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아예 못될 것도 없다. 수련을 하면 된다. 타고난 부분도 있지만, 제대로 수련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수련은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깊이 있게 자신을 침잠시키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끝없이 거듭해 훈련하는 것이다. 태극권의 수련법이고 호랑이의 사냥법이다. 호랑이가 먹잇감을 덮칠 때의 모습을 생각해 보자. 막강한 짐승이지만, 훈련을 거쳐 갈고닦은 본능적 공격력이 빛을 발하는 숨막히는 순간이다.

바람처럼 물처럼… 유연함이 태극권의 원리

넷플릭스 드라마 '더블타겟(Shooter)'에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스나이퍼들이 등장한다.넷플릭스 드라마 ‘더블타겟(Shooter)’에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스나이퍼들이 등장한다.


드라마 속 저격수처럼 수련하는 태극권

연휴 중 한가할 때 재밌게 본 드라마도 이 이야기와 겹친다. <더블타겟(Shooter)>이라는 넷플릭스 드라마다. 영화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적 있는 저격수(스나이퍼) 이야기다. 대통령 암살을 막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애국심에 이끌려 선뜻 나섰으나, 음모에 빠져 암살 용의자가 된 뒤 일어나는 극적인 사건들이 드라마의 줄거리다.

<더블타겟>에는 세계적인 스나이퍼들이 등장한다. 1마일 즉 1600m 거리에서 총을 쏘아 표적을 쓰러뜨리는 사람들. 그들의 냉혹할만큼의 침착함과 끊임없는 훈련, 멈추지 않는 집요함 같은 것들이 사건과 어우러지면서 재미있는 스토리가 전개된다.

보통사람인 우리가 살면서 총을 쏠 일은 거의 없다. 그렇지만 최고의 저격수가 되기 위해 해야하는 것들은 우리의 삶에도 유효하다. 최고의 자질을 갈고닦아 빛나게 유지하면서, 교만하지 않고 수련해 실력을 쌓아가는 것. 그리고 침착하고 깊은 고요함을 갖기 위해 마음과 호흡을 강화하는 것들이다.

태극권은 바로 그러한 마음의 침잠과 호흡의 깊음, 예리한 감각을 수련하는 운동이다. 손끝에 느껴지는 바람에도 반응하는 훈련을 한다. 사격에도 매우 유용한 이 운동은 당연히 일상과 사업에서의 예리함, 본능적 판단력, 흔들리지 않는 깊은 마음을 갖게해 준다. 무슨 일을 하든, 든든한 기본이 되어줄 운동이 바로 태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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